"그룹 고문에게 연맹 회장을 맡게 하고"... 한화그룹 보도자료

 진종오 선수의 첫 번째 금메달 소식으로 고무된 마당에 한화그룹의 보도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이라크 방문길에 오른 김승연 회장이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기뻐했다는 소식이다.

 
훈훈한 기분이 가득해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한화 그룹이 그동안 한국의 사격 스포츠 발전에 엄청난 공을 들였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석연치 않은 문장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한화는 2002년 6월부터 김정 고문으로 하여금 대한사격연맹 회장을 맡게 하고...”
 
혹시 이 자료를 옮겨 간 사이트가 임의로 수정한 것인가 해서 뉴스 검색을 해 봤는데 상당수 뉴스 매체들이 이 구절을 그대로 옮겨 쓰고 있었다.
 
대한사격연맹이 한화 그룹 계열사인가. 물론 오늘의 금메달 쾌거에 이르러 한화 그룹이 물심양면으로 쏟아 넣은 정성은 많은 사람들이 감사해 마땅할 일이지만, 공공 단체의 수장을 일개 기업이 임의로 앉히는 듯한 저런 소리는 본분을 망각한 망발이다.
 
해외 사례로 보면, 스포츠 단체의 지분이 기업으로 넘어간 사례가 없지는 않다. 정통 스포츠는 아니지만 미국 프로레슬링 WWE는 사실상 빈스 맥맨의 ‘패밀리’ 기업이다.
 
한화 그룹 또한 굳이 국내 스포츠 단체를 계열사로 편입하고 싶다면, 한국프로레슬링 WWA의 인수를 권유한다. 뭔가 이미지가 통하는 듯 해서다. 국내 레슬링 매니아들이 상당수에 이르는데 이들의 에너지를 수용할 길이 없어 해외 레슬링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한화 그룹의 홍보분야는 총수의 매우 독특한 성품에서 비롯된 거친 이미지를 탈색해야 하는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일정의 도움을 줬다 해서 안하무인격의 언동을 하는 것은 기업의 그동안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제는 어렵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다보니 빚어진 실수일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언동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엄청난 GDP 변동요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호황기에서도 조심 또 조심을 해야 한다는데 지금같은 어려운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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