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지구의 역사에서 현생 인류가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다. 50억 년 전쯤에 탄생한 지구에서 현생인류는 4만 년 전에 나타났다. 그 때 이 땅에는 우리 조상들보다도 선배인 다른 인류가 살고 있었다.

최초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이보다 오래 전에 사라졌다. 그러나 한국의 경기도 연천 전곡리에서 구석기문화를 가졌던 호모 에렉투스는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한국의 구석기인들이 자연적으로 멸종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조상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라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부 다큐에서는 현생인류의 무리가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여성 구석기인을 구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무리 중의 한 사람이 이 괴상하게 생긴 여인을 보살피고 간단한 기술을 가르치면서 두 사람 사이 상당한 호감이 생기는 것까지 묘사했다. 아직까지 연구 결과는 두 종 간 교배의 흔적이 확실하지 않아 다큐는 그 정도로만 소개하고 있다.

지금의 인류가 영원불멸이라고 주장하기에는 현생 인류의 역사 4만년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떻든 현생 인류는 지금까지의 모든 종 가운데 유일하게 멸종을 막는 의도적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멸종을 거부하는 것은 종의 진화를 막는 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현생인류에 속했다는 사실을 떠나서 냉정한 제3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진화는 이 땅의 환경과 더욱 조화할 수 있는 생명으로 기존의 생명을 대체해 왔다. 기존의 생명체가 스스로 진화하기도 하지만, 아예 새롭게 탄생한 종으로 갈아치우기도 했다.

송곳니가 큼직한 검치호랑이는 점차 매머드와 같은 대형 먹이감이 사라지자 경쟁력이 떨어졌다. 먹이사슬에서 오늘날의 고양이과들에게 정상의 위치를 내주고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현생인류는 과연 과학기술적이나 윤리적 고민을 통해 자연의 진화만이 이룩했던 ‘더 훌륭한 조화’에 성공하고 영원한 생명체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사실은 현생 인류에 속한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다.

블룸버그의 6일 보도에 따르면 국가 전체의 인구수 감소를 우려하는 일본에서 도쿄의 세타가야 구는 인구 집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호사카 노부토 구청장은 구민들의 귀촌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도쿄 23개 구 가운데 세타가야만 이례적으로 겪고 있는 일이다. 고령화, 저출산은 일본 인구를 1억 명 아래로 떨어뜨려 국가 존립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일본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정한 산업화를 거친 국가들은 벌써 자원의 한계에 도달했는지, 자녀 부양의 부담이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면서까지 자유로운 삶을 선호한다지만, 그 배경에는 역시 자원 한계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출산, 고령화 뿐만 아니라 기존 인구의 다양성마저 크게 축소되고 있다. 절대 개체수 감소보다도 종의 다양성 축소는 인류에 대한 더 큰 위협이다.

현생 인류는 과연 멸종을 피할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냐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공룡시대부터 여태 생존을 자랑하고 있는 악어를 생존 근거로 내세우기는 어렵다. 악어는 그 긴 세월 생존을 하면서도 정해진 서식 지대를 벗어난 적도 없고, 필요 이상의 식탐으로 자원을 마구 고갈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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