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현대차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최근 5년 연속 파업을 가결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파업에 따른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그보다도 더 걱정스런 것은 현대·기아차의 고임금 구조와 저생산성으로 과연 격변기가 예상되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높은 파고를 넘어설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파업 이후 전리물처럼 얻어지는 임금 인상과 복지 혜택 증가 속에 생산성은 선진국과 비교해 처지는 것으로 지적받은지 오래다.

갓 입사한 새내기의 연봉이 5000만 원을 넘고 근로자 상당수가 1억 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고 들린다. 여기에 웬만하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얼마나 좋은 직장이기에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에 합격하고도 포기하고 들어가는 곳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되었겠는가. 그런데도 매년 파업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현대차 소비자들인 국민들이 현대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겠는가.

올해 역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이달 초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1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5년 연속 파업을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4만8806명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4만3700여 명(투표율 89.5%)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가 3만7358표(찬성률 85.5%)에 달했다고 한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오는 19일 각 조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이로써 2012년 이후 5년 연속 파업에 돌입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호봉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돈 잔치에 파업 잔치를 벌일 수 있겠는가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10년 후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디젤 가스가 환경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가스차, 디젤차로 이어지던 생산구조가 갑자기 전기차 및 수소차로 템포가 빨라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테슬라는 물론 구글, 애플 등 자동차 산업의 아웃사이더인 기업들이 호시탐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무기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자동차 산업의 중심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변방에 속하고 있다는 소리를 더 듣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현대차 노사는 우선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의 토요타(Toyota) 자동차 사례를 벤치마킹해볼 필요가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2008년에서 2011년에 걸친 세계 금융위기와 1000만대가 넘는 리콜 사태의 후유증으로 문을 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리가 나왔다.

토요타 자동차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2010년 대량 리콜로 인한 악재가 잇따르면서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5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더 이상 회생할 수 없을 듯 보였다.

하지만 토요타는 2014년 전 세계에 1023만 대의 차량을 판매해 폭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회복했다. 2014년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6% 늘어난 27조2345억 엔, 영업이익은 20% 증가한 2조7505억 엔을 기록했다.

토요타의 영업이익은 2012년 1조3208억 엔에서 2013년 2조2921억 엔, 2014년 2조7505억 엔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도 2차대전 패전의 후유증으로 1950년대 극심한 노사 분쟁을 겪은 선례가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되고 경영자가 사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후 노사 대화합을 선언해 한 차례의 파업도 없이 60년 가까이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오히려 임금을 깎자고 우선 제안하는 게 노조일 정도다.

토요타의 재기는 일본 경제를 살리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노사 화합을 통해 순항하는 것 역시 국내 경제를 살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사가 토요타 사례를 벤치마킹으로 삼아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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