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 관련 빌딩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지난 몇 년 사이 어려움을 겪던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지난 2분기에 일제히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선제적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 1990년대 말 당시 주력 사업이던 OB맥주 등 소비재 사업의 매각과 함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 등으로 주력 업종을 변경하며 선제적 구조조정의 성공 사례를 남긴 바 있다.

지난해 말 두산그룹의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1~2년차 신입직원과 23세 여직원의 희망퇴직을 접수했다는 소식에 지탄의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당시 박용만 그룹 회장이 나서 사태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과연 그룹과 회사 사정이 얼마나 어렵기에 신입사원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켜야 했는지 시장의 의혹과 궁금증을 증폭시킨 바 있다. 주가 역시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며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야 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까지 세계 경제의 호황 속에 성장을 구가했지만, 주요 공략 대상인 중국을 비롯해 신흥국 시장이 2012년부터 침체로 빠져들면서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된 게 화근이 되었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뿐만이 아니라 실적 악화가 계열사로 전이되면서 두산엔진,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실적마저 나빠져 두산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두산그룹은 인력 감축은 물론 공작기계 등 알짜사업들을 줄줄이 매각하며 자금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알짜사업 매각은 두산그룹이 당장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의 먹거리마저 팔아치우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낳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초에는 박용만 회장 체제에서 박정원 회장 체제로의 그룹 수장이 바뀌는 변화도 겪어야 했다.

두산그룹은 종전에도 회사가 위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전례가 있다.

이미 1990년대 중후반 외환위기가 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해 그룹의 주력 분야이던 맥주 등 소비재 사업을 매각했다. 이런 과정에서 여력을 비축해뒀고 외환위기가 터지자 한국중공업 등 굵직한 M&A(인수합병)를 성공시키며 지금의 중공업 중심 사업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역시 두산그룹은 수장까지 바꾸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돈이 되는 사업마저 매각하는 대신 미래 먹거리로 눈여겨보던 면세점 사업이나 연료전지와 같은 신수종 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특히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들은 지난 2분기 대박에 가까운 실적을 내며 턴어라운드 성공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을 필두로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4개 핵심 계열사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는 두산에 대해 부채를 감소시키기 위한 비핵심 자산들의 성공적인 매각 덕분에 자회사들의 유동성 위험이 한층 감소했고 연료전지 고성장과 면세점 손실 축소, 4개 핵심 계열사들의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로 성장국면을 맞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두산그룹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사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에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반면교사'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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