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잘 활용해 관광 상품 발굴해내는 지혜 배워야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전 세계에서 중국을 우습게 아는 유별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바로 한국 사람들을 일컫는 얘기다.

나는 이 얘기에서 정말로 우스워지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우스운 상대를 우습게 여기는 건 겸손하지 못할지라도 그나마 문제가 덜한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우습게 여기지 말아야 할 상대를 자기 분수도 모르고 깔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중국 시장이 있어서 자신들의 물건을 만들어 팔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 업종은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하는 덕택에 손님을 맞이한다. 이런 점만 봐도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이런 차원 정도가 아니다. 문화산업을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문화적 저력을 생각해 봤을 때 중국 사람들은 정말로 대단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점 뿐만이 아니다. 그런 역사를 문화 예술 활동으로 이어가는 것을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에 중국을 크게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나는 한국 관광산업에서 볼 것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은 전자제품, 성형수술 등에 힘입어 많은 중국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런데 이런 목적의 관광을 언제까지 한국에서 할 것인가. 한국 본연의 것이 아닌 이상 그것이 영구히 지속되리라 장담할 수 없다.

거기다 바가지 요금, 불친절 문제가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문제도 시정해야겠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 본연의 관광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61개국을 여행해 봤다. 중국은 열몇 번을 다녀왔다. 그러면서 내가 얻은 결론은 문화인으로서 중국을 절대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안을 가봤다. 진시황릉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고대 중국의 수도다.

 

▲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중국 역사 뮤지컬 '장한가'의 공연 모습 /사진=뉴시스

 

양귀비 동상이 있는 공원에서 밤에 펼쳐지는 '장한가(長恨歌)' 공연을 봤다. 중국판 뮤지컬이다.

그런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커다란 인공호수를 전부 다 쓰고 있다. 공연에 필요한 장치가 모두 갖춰져 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기획했던 장이머우 감독의 작품이다. 장 감독은 이런 시설을 중국에 몇 군데 마련해 놓고 있다.

인공 달이 떠오르면서 하늘에서는 양귀비가 줄을 타고 내려온다. 공연에 등장하는 대포는 불을 뿜어낸다. 물 위에서는 진짜 배들이 나와서 전쟁 장면을 펼친다.

이 공연은 한 시간 이상 걸렸다. 그 당시 입장료를 5만 원 정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공연을 본 인원이 무려 3000명에 달한다. 한 번 공연에 1억5000만 원의 입장료를 받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장면을 만들어내는 문화적 저력과 예술 능력을 갖춘 중국인들을 우리가 어떻게 감히 우습게 여길 수 있단 말인가.

장한가와 같은 공연은 한 번 봤어도 또 가서 보고 싶다. 과연 한국을 찾아온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이렇게 또 보고 싶은 공연이 있을까?

현재로서는 국내에 거의 없다고 본다.

우리에게 그럴만한 문화 상품이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도 자부심 넘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우리 역사에도 훌륭한 스토리가 나올 소재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을 실현할 훌륭한 환경도 갖고 있다.

이런 것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한국의 관광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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