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위기탈출 위한 '반전 드라마' 쓰기에 집중해야

▲ 중국 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국민의 휴가철'을 맞아 실적이 좋았던 삼성전자 역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휴가를 즐기고 있다. 올여름 휴가는 유난히 더운 속에서도 경기가 좋지않아 그렇게 넉넉한 마음으로 즐길 형편은 아닌 듯하다.

조선 업종은 일감이 메말라가는 현실에서 구조조정의 태풍을 맞고 있고 자동차 업종은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노사분규가 이어지는 곳들이 있어 여름휴가를 마음껏 즐길 분위기는 아닐 듯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번 휴가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법하다. 박수 받고 떠나는 여행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사장단은 임직원들에게 휴가를 보낼 것을 독려하고 내수경기 살리기에도 동참하면서 재충전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경제는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밀리고,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흔히 넛 크래커(nut-cracker) 속에 끼인 호두에 비유되곤 한다. 넛 크래커는 호두를 양쪽에서 눌러 까는 호두까기 기계를 일컫는다.

한국 경제가 미국이나 일본·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에서, 중국 등 후발국에 비해서는 가격에서 열세에 놓인 어정쩡한 위치로 전락하면서 애매한 위치에 있음을 넛 크래커 속의 호두가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추진력을 잃어버려 시름시름 앓고 있는 현상이 나타난 것도,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고 지탱해오던 대부분의 주력 업종들이 '넛 크래커 속에 끼인 호두' 신세로 전락하면서 설 땅을 잃어버리거나 그런 위기에 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수 받고 휴가를 떠나는 삼성전자만큼은 넛 크래커 속의 호두 신세를 이겨 가는 모습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느 한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실적이 급강하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주름살을 안긴 게 사실이다. 주력이던 스마트폰 분야는 한때의 영광을 뒤로 하고, 고급 제품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에 밀리고, 중저가 제품에서는 가성비 높은 중국 업체들에 밀리면서 그야말로 넛 크래커에 끼인 호두로 풍전등화에 놓인 형국이었다.

뒤를 받치던 반도체 분야 역시 기술 진전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반도체 굴기를 주장해오던 터여서 앞길이 순탄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는 일단 한숨을 돌린 느낌이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2분기에는 8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뒤숭숭한 국내외 경제에서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일종의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는 삼성전자에 대해 향후 2~3년 간은 순항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를 따라 붙기엔 힘이 부치는 상황이고, 스마트폰 시장도 얼마간은 더 유효할 것이란 진단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라고 해서 마음을 놓기엔 글로벌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제 유가는 다시 불안해지고 있고 미국의 2분기 성장률도 고작 1.2%에 그치면서 대미 수출 업체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게다가 각국의 보호무역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삼성전자만큼은 더욱 매진해 넛크래커 속의 호두 신세에서 벗어나주길 응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 상품 경쟁력을 높여줄 것을 전문가들은 촉구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한 20여 년 선두자리를 지키며 일자리 창출에 효자가 됐던 조선업이 무너져 울산, 거제 등 지역 경제가 마비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역시나 고용의 1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자동차 분야도 언제든 넛 크래커 속에 갇힌 호두로 전락할지 모른다.

독일,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업체들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언제든 이니셔티브를 잡고 시장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매년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 속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충실하게 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노사가 합심을 해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현실에서 갈등이 반복된다면, 품질과 브랜드로 무장한 선진 업체에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 업체가 추격하는 속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는 게 요즘의 엄중한 현실이다.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앞길이 막막하다는 기업들의 한숨이 커지는 상황에서 "모두가 반전의 드라마를 써나가는 주인공이 돼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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