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이순신 일대기' 뮤지컬로 공연하면...中 장한가 못지 않을 것

▲ 이순신 장군을 다룬 영화 ‘명량’의 한 장면. /사진= ‘명량’ 공식사이트 캡처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중국이나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흔히 얘기하기로 명동에서 쇼핑하고 나면 또 무얼 할 것이 있나.

이런 빈 틈을 우리도 문화상품으로 채워줘야 한다. 물론 문화 말고도 음악이나 다른 것들로 훌륭한 관광을 제공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우리 또한 남다른 저력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문화자산이다.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장한가(長恨歌)'처럼 고유한 문화를 바탕으로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다시 한국을 찾아오게 된다.

이런 내용을 핵심 정부기관에 있는 사람들과도 논의한 적이 있다. 정부기관 사람들에게 훌륭한 소재를 제안한 적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다. 서울에는 한강과 같은 매우 훌륭한 자연환경이 있다. 이곳을 무대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에 대한 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몇 달 동안 회의도 하면서 제법 진척을 보는 듯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담당자가 바뀌면서 모두 무산됐다.

장이머우 감독의 장한가에 제작비 4000억원이 들어갔다고 하는데 나는 그만큼은 안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뮤지컬 실력도 출중하다. 좋은 환경도 갖추고 있으니 훌륭한 작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 내놓은 문화상품은 태권도 쇼 등 몇 가지에 한정된 소재 뿐이다. 언제까지 이들 소재에만 매달릴 것인가.

한국을 찾아온 관광객이 쇼핑을 한 후 밤에 한 시간이나 한 시간반짜리 멋진 공연을 구경하면 한국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이런 것이 없으니 지금은 낮에 불친절한 대접을 받은 기억만 안고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의 패션 감각을 가지고 이들을 평가하는데 참으로 한심한 얘기다. 이런 사람들은 중국에 가서 장한가 구경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엄청난 문화작품을 보고나서도 중국 사람들을 우습게 볼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한류가 인기를 몰아오는 시기도 얼마 안 남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우리 고유의 내용을 담은 문화 작품(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정부에서는 시중은행의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문화, 관광, 영화를 부흥시킨다고 그런다. 하지만 문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힘 있는 몇몇 사람이 아는 사람들과 나눠먹고 말 것이라고 냉소하는 사람도 있다.

문화를 진흥하겠다고 내놓는 정책은 문화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돼야 한다. 그런데 그런 정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 문화인들의 생각이다.

정부는 문화산업을 진흥하겠다고 계속 밝히고 있지만 문화 진흥은 오히려 전보다 더 안 되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문화 진흥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경제를 살리고 나서 문화 진흥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는 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의 빈곤에서 탈피한 지금은 문화 영역이 둔화된 경제성장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문화 영역이 국민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내가 앞서 제시한 전국 900개 공연장 활성화는 단순히 공연장 관리 인력 채용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활성화된 공연장에서 쉬지 않고 공연이 펼쳐지면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일거리 증가가 된다. 하나의 공연이 활성화되면 공연장 주변은 물론,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고용창출과 경제 성장은 선진국에 진입하는 시점에서는 문화를 벗어나서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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