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에 비해 여러 면에서 불리한데도 파업 악재 닥쳐 주목

▲ 자동차 공장 수출선적 부두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유난히 더운 여름을 나고 있는 올해 한국 경제도 더위를 먹은 모양새다. 30여 년 불황을 모르고 질주하던 조선업이 천문학적 손실을 입고 생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국면에 빠져든 것부터가 화근이 됐다.

여기에 국내 경제를 먹여 살리던 제조업이 세계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으로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의 대선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의 후폭풍이 언제든 몰아칠 기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내리고 정부가 대규모 추경 예산을 통해 돈다발을 쏟아부을 태세지만, 더위 먹은 경제가 언제 기력을 찾을 수 있을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 형국이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그동안 중국 경제를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해오던 우리 경제도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여기에 큰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칼날을 예리하게 가다듬으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한국 경제 수뇌부는 지리멸렬하고 구심점을 찾지 못한 데다, 그 대응마저 당장의 위기 돌파에 연연하고 있어 걱정을 떨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호재를 맞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환율 급등락에 따른 변동성과 불확실성만 높아졌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우리 고용의 20%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하투(夏鬪) 등으로 혼란한 국면을 수습하지 못한 채 스스로 침체의 길을 부채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반면 고임금 구조를 가지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8월 휴가철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쌍용자동차를 제외하고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등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와 경쟁 상대인 일본의 자동차 업계만 해도 '환율'이라는 악재만 빼고는 큰 걱정거리가 없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자동차는 2016년도 영업이익이 1조6000억 엔(약 17조5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에 따른 엔고가 몰아치면서 지난해 대비 큰 폭의 이익 감소세가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판매량은 1050만 대에 달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다. 2016년 4~6월만 놓고 볼 때 토요타의 글로벌 판매 대수는 252만9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 증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3조1042억 원과 1조4045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합쳐서 4조5087억 원이다. 연간으로 늘리면 대략 9조 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상반기 현대차가 239만 대, 기아차는 145만 대로, 합하면 384만 대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2% 가까이 하락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가 토요타와 비교해 판매량 감소가 예상되는 속에서 영업이익 규모가 턱없이 밀린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토요타 판매량의 75%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해도 한 해 영업이익이 12조~13조 원 수준은 돼야 하는데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만큼 임금 등 제반 비용이 높아 이익을 깎아 먹고 있다는 소리다.

올 하반기 현대·기아차는 내수에서는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 종료로 인한 판매 절벽, 글로벌 시장에서는 신흥국들의 경기 부진과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가 우려돼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호조를 보였던 미국 자동차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중국 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 성적표가 썩 좋지 않은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의 원화가치마저 급등하면서 사면초가 형국을 초래하고 있다. 현대차 자체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매출은 4200억 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노조는 파업투쟁 분위기를 이어 가는 모양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등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공장 가동을 시작했지만 임금교섭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파업은 장기화할 분위기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한층 떨어질 것이고 국내 경제도 고용 절벽과 실업 증가에 따른 소비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8·15 광복절을 맞아 제조업 위기를 뒤돌아보며 한번쯤 '애국심 모드'에 빠져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