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침체는 중앙은행 아닌 사회기반과 교육으로 대처해야"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부의장은 지난 21일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미국달러가 일거에 전 세계 모든 통화를 제압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피셔 부의장은 다른 Fed 관계자들과 달리 투자자들이 통화정책을 예단할만한 발언을 자주 내놓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이날 발언도 워낙 금리 부분에 관심이 몰리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주목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중앙은행의 무기력함이다.

▲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사진=Fed 홈페이지.

로이터에 따르면, 피셔 부의장은 이날 “통화정책으로는 생산성이 장기 침체되는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정책을 통해 사회기반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기관의 최고위층 인사가 ‘공자님 말씀’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면피성’ 발언을 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현재 사회가 근본의 문제를 외면하고 정책적 미봉책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풍토를 생각할 때, 피셔 부의장의 개탄은 더욱 절망적이다.

한국에 비하면, 미국은 훨씬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가정과 공교육 중심으로 이루고 있는 나라다. 미국의 대학에서 공부를 해 본 사람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것을 실감하게 된다. 부모나 선생님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재미있어서 집요함을 가지고 달라붙는 미국 학생들의 경쟁력은 대학의 고학년 과제가 프로젝트 급으로 넘어갈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그런 미국에서도 중앙은행의 2인자인 사람이 저런 지적을 하고 있다.

잠재성장에 관해서라면, 한국에서는 더욱 암담해지는 것이다.

지금 2%대의 성장조차 한국의 교육풍토에서는 할 만큼 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러니 나올 데가 없는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투기라도 조장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중앙은행이 무턱대고 돈만 만들어낸다고 해서 근본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피셔 부의장이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주가가 얼마나 오르고 내리냐에 관심이 몰리는 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거의 눈여겨보지 않았다.

선생님이 시켜서 어려운 수학공식을 달달 외우고 심지어 대중예술인이 되는 첫 관문도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풍토에서 획기적인 성장기반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적인 싸움은 재미를 붙이고 덤벼드는 상대를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이런 풍토는 예산을 들여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이 ‘1%와 개돼지’를 현실로 여기는 상황에서 저마다 아이를 ‘이렇게 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판국에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해괴한 이름까지 붙이는 발권력 남발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후대의 부실만 되지 않아도 기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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