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롯데그룹이 슬픔에 빠졌다. 지난 6월부터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더니 결국은 그룹의 '2인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에 많은 사람들의 걱정이 크다. 조선과 해운 등 수출을 위주로 하는 우리나라 주력 업종이 흔들리면서 가뜩이나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롯데그룹마저 표류한다면 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배가될 것이다.

특히나 롯데그룹은 지금도 많은 근로자가 몸담고 있고 향후에도 고용유발계수가 큰 것으로 알려진 유통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그룹이 방향을 못 잡고 경영 차질이 계속된다면 국내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어올 것이 뻔하다.

롯데그룹 2인자로 알려진 이인원 부회장(그룹 정책본부장)이 지난 26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 이로 인한 충격이 그룹은 물론 재계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살을 둘러싼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지만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예리한 칼날은 당분간 비켜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은 일단 주식시장에서 감지됐다. 롯데그룹 주가는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소식에 상당 기간 그룹의 경영공백이 예상되는 속에서도 지난 26일 주요 계열사들이 상승 마감했다. 롯데쇼핑이 2.46% 오른 20만8500원을 기록했고 최근 연중 최저가 수준까지 추락했던 롯데제과(2.90%)와 롯데칠성(0.19%)도 상승 마감했다.

그렇다고 롯데그룹 수뇌부가 이번 사태를 마냥 시간을 끌면서 여론 추이에 맡겨서 해결할 일도 아닌 듯하다. 검찰도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 등 수뇌부의 소환 일정을 미루겠다고 했지만 이 부회장의 장례가 끝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면 수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이인원 부회장의 장례기간 중 검찰 수사 공백기를 활용해 '어떻게 해서 2인자 자살이라는 사태까지 불러왔는지' 곰곰히 생각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항간에서는 이 부회장이 보다 떳떳하게 수사를 받을 수 있었다면 굳이 자살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떠돌고 있다. 그만큼 몸을 던져서라도 더 이상의 사태 악화는 막아야겠다는 절박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런 차원에서 롯데그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여러 사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위기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검찰수사 및 신동주 전 부회장 측과의 추가 경영분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롯데그룹은 올해 연말이면 숙원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될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 높이에 국내 최대, 최고 규모의 건물로 풀가동할 경우 그 부가가치는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서울공항 항로 변경까지 불사하며 들어선 건물이 아니겠는가.

그만큼 국부 창출은 물론 고용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등 그룹의 핵심 수뇌부들이 구속되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그룹의 2인자로 '안방 마님' 역할을 하던 이인원 부회장까지 유고를 했으니 더욱 걱정이 된다. '어려운 시기에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이 부회장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롯데그룹 임직원들이 혼란을 잘 수습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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