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 모습이 거의 그대로인 허쉬 초콜릿 바. /사진=허쉬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칼럼] 기자와 같이 1960년대 서울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추억거리가 되는 몇 가지 미제 식품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허쉬 초콜릿이다.

‘판대기 쪼꼬렛’이라고 부르던 것은 오늘날에도 판매되는 허쉬 바다. 요즘은 여기에 아몬드 섞인 것이 많지만 우리가 굳이 아몬드 없는 ‘오리지널’에 집착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단련된 입맛 때문이다. 원뿔 형태의 키세스도 어릴 때부터 있었던 귀한 음식이다.

그러나 이 초콜릿들은 당시 소득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비쌌다. 동네 가게에서는 팔지도 않았다. 어쩌다가 한 번 누가 애 키우는 집이라 해서 선물로 가져오면, 엄마가 찬장에 넣어두고 아끼고 아끼면서 조금씩 우리들에게 꺼내줬다.

미제 초콜릿을 구할 수 있는 또 하나 경로는 시내 번화가의 가판대나 ‘양키 아줌마’들이 들고 있는 광주리였다. 아마 미군 PX 물건들이 어찌어찌해서 시내로 유통됐던 모양인데, 부모들이 시내 나들이에 데리고나온 애들 눈에 ‘양키 아줌마’가 띄면, 애들은 사달라고 떼를 쓰며 부모들의 애를 먹였다. 요즘 같으면 웬만하면 사주겠지만, 그 때는 지출 규모가 그렇게 길거리에서 함부로 결정할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초등학생이 된 1970년대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들의 살림도 10년 전보다는 크게 나아졌다.

미도파 백화점 앞에는 여전히 양키 아주머니들의 초콜렛 광주리가 있었다. 이 사람들이 파는 허쉬 바는 500원이어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그려진 지폐 한 장이 필요했다. 비슷하게 생긴 롯데제과의 가나 초콜릿은 200원 정도였다. 그래도 이 때는 ‘미제 쪼꼬렛’ 사달라는 아이들 요구를 엄마들이 어렵지 않게 들어주곤 했다.

기자 또한 이 무렵에는 초콜릿을 엄마가 사 주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초콜릿이 아니라 같은 값의 병정 보드게임이었다.

내 생각은 10분도 안 돼 먹어치우면 없어질 초콜릿보다 두고두고 놀 수 있는 보드게임이 더 효용가치가 높았다. 엄마 생각은 전혀 달랐던 모양이다. 보드게임을 사주면 산만해지고 집안이나 어지럽힐 뿐이지만, 초콜릿은 사 주면 바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니 엄마 입장에선 이게 훨씬 더 남는 지출이었던 것이다.

외신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유명 초콜릿 회사인 허쉬의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고 한다. 인수를 희망한 곳은 몬델레스다. 오레오의 제조사로 유명한 곳이다.

인수가격이 맞지 않아 허쉬 매각은 성사되지 못했다. 허쉬나 오레오 모두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달군 곳이지만, 건강 식품을 찾는 새로운 세상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처지다.

기자 또한 반백이 지난 나이다보니 어릴 때 그토록 동경하던 허쉬나 오레오가 옆에 산처럼 쌓여있다 해도 함부로 손길이 가지 않는다.

단지, 오다가다 ‘판대기’나 흰 띠가 밖으로 나온 원뿔 ‘쪼꼬렛’을 보면 엄마 따라서 시내 다니던 생각이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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