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죄수의 딜레마' 벗어나 정책공조로 위기 극복해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최근 국내 경제가 활기를 잃고 살얼음판을 지나고 있는 와중에도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서울 강남권 집값 과열 현상은 납득하기도 어렵고 국민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정부로서도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속에서 일부 지역이라고 하지만 집값 과열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주택 수요 억제책을 내놓을 경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려도 있어 보인다.

주택과 건설경기를 살려가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누그러뜨리고 기업 투자 의욕도 북돋우는 일석 삼조의 대책은 없는 것일까.

정부가 이미 주택 수요 억제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지난 23일 외국계 금융기관인 노무라가 밝힌 '한국 경제 성장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 할당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보고서는 향후 정책 결정에 좋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여기서 노무라는 한국은행과 정부가 정책공조를 통해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주택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LTV와 DTI 비율을 낮추게 된다면 국내 부동산 시장이 큰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억제 카드를 꺼내기가 힘든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은 역시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을 제외한 경제 나머지 부문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정책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말하자면 국가 경제 정책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한은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노무라는 이러한 비협력적인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에서 신용(자금) 분배 불균형은 심화되기만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에 죄수의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한 절묘한 정책 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즉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한은의 통화 완화정책의 절묘한 공조를 통해 신용할당(credit allocation)을 개선한다면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 잠재 성장률이 상승하고, 금융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성장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정책 발상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즉 2015년 이후 국내 경제는 주택 건설에 의존한 성장으로 연명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부문에서는 투자가 부진해 자금이 효과적으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이는 강남 지역 집값 급등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에 매몰돼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놓을 시점이 아니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부 지역이나 계층에 대한 과도한 수요 증가에 대해서는 재갈을 물리면서도 기업 투자와 강남권을 제외한 지역의 주택경기는 살려가는 정책의 조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서울 강남권에서의 주택 구매나 여러 번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최대 LTV/DTI 비율을 큰 폭으로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다른 지역의 주택 구매자나 실수요자 수준의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현재 비율을 유지하는 차별화된 가계부채 증가 억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노무라의 지적대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떨어져 2015년 3분기부터 기업부채, 가계부채, 정부부채를 포함한 국내 총부채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국내 물가 상승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에는 물가상승보다는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염려해야 하는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9월 21일(현지시각) 회의에서 올해 12월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냈지만 국내 가계부채 증가만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여지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하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 부문에 자금이 돌아가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수출물품 단가를 떨어뜨리는 기회가 돼 수출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부와 한은이 '죄수의 딜레마'라는 정책 불일치와 불협조에서 벗어나 어려움에 빠진 국내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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