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통계를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이 가져갈 꿈도 꾸지 마라

▲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발표 현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유경준 통계청장이 얼마 전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국민계정 통계를 한국은행이 아니라 통계청에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통계를 내는 관청이 뭐라도 일을 더 하겠다는 건 훌륭한 자세라는 식으로 칭찬만 할 일이 아니다. 특히 정부와 한국은행 관계가 결부된 일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국민계정 통계는 한국은행이 집계하고 있다. 미국의 GDP를 상무부가 발표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그런데 무조건 미국만 옳다고 흉내 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현재 한국의 경제통계 집계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서 본받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상호 견제 체제를 갖추고 있다.

경제에서 중요한 두 개의 통계는 GDP와 함께 물가지수다. 전자는 경제 성장세를, 후자는 경제 성장의 건전성에 관련된 중요 숫자다.

물가지수 집계는 GDP도 우리가 하고 싶다고 나선 통계청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GDP와 물가지수는 이 나라 양대 경제당국의 핵심 성적표라는 성격도 갖고 있다.

경제성장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경제부총리, 즉 기획재정부 장관의 성적표나 마찬가지다. GDP 하나만으로 경제부총리의 모든 것을 다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제일 대표적인 실적을 찾으려면 역시 GDP다.

물가지수는 물가안정 자체가 존립 목적인 한국은행의 성적표다. 한은은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상응하는 보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성적 추궁에 있어서는 한은이 기획재정부보다 더 엄하게 통제받고 있는 법체계다.

경제정책 운용에서 재무부처와 중앙은행의 상호 견제는 거품 없는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국에서는 균형이 기획재정부로 많이 기울어졌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경제 통계에 있어서만큼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상호 견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경제부총리의 성적표인 GDP는 한국은행이 집계 발표한다. 그런 만큼 GDP 통계가 부총리 입맛에 맞게 ‘가공’됐다는 시비를 원천차단하고 있다.

한은 총재의 성적표인 물가지수는 통계청이 집계한다. 통계청은 기획재정부의 산하기관이니 큰 틀에서 보면 재무부처가 한은의 성적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물가지수의 가공시비를 없애주는 기능을 한다.

여기서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또 하나 논리는, 통계청은 절대로 GDP 통계를 집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재부장관의 성적표를 기재부 산하기관이 내겠다니, 이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엄청난 망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GDP 통계를 내겠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얘기지만, 뭐라도 일을 더 하겠다는 자세는 참으로 가상하다고 봐야 겠다.

그렇다면 이런 충정을 받아들여 통계청이 적을 옮기는 것은 어떤가?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 아니라, 한국은행 산하기관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계청은 GDP 뿐만 아니라, 행과 열이 600개가 넘는 투입산출표 통계에서도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한은 통계의 공신력은 국가 기관 중에서도 상당히 존중받는 편이다. 통계청으로서는 제법 시너지 효과를 누려볼 수도 있다.

또한, 통계청이 한은 산하로 이적함으로써 한은 사람들이 두 번 다시 과거 은행감독원 시절 얘기를 안한다는 다짐을 받는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통계청 이관 얘기를 꺼내는 기자가 참 한심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GDP 통계를 기재부 산하기관으로 가져오겠다는 얘기는 어떻게 들릴까?

결론은 너도나도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원래 해야 하는 일이나 잘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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