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마이너스 금리 검토" 보도, 한두 줄로 부인하지만

▲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가 2014년 퇴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경제 일간지 가운데 정상급의 신문이 28일 ‘한국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 신문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런 검토는 경기 부양의 신호탄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경제를 운영하는 국가의 중앙은행에게 이런 내용의 기사는 심각한 모욕이다. 통화정책을 집권당 대통령 선거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한국의 기준금리가 현재 1.25%인데 마이너스 금리는 생각도 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0.25%포인트씩 6번을 내려야 한다. 더욱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4번이나 줄어든다. 모이기만 하면 금리를 내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 0.5%포인트 이상의 인하도 해야 대통령 선거 전에 겨우 금리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해 한국은행은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기사에서 언급된 한국은행 발주 외부 연구용역 2건은 외국사례와 이론에 관한 연구이며 한국은행의 향후 통화정책방향과는 무관하다”며 “한국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정책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의 권위에 심각한 모욕을 당한 상황에서는 너무나 간단한 반박자료다. 보도해명자료가 갖는 문장의 한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언론이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예방적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다 보면 다소 과도한 보도가 나올 수도 있다. 그에 대해 관련자가 해명을 하면 한 번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은의 마이너스 금리 보도가 과연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은행의 행보, 특히 이주열 총재 취임 후를 살펴보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한 마디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다.

이주열 총재는 여러 번 공개적으로 밝힌 소신도 뭔가를 “적기에 해결하기 위해서” 정반대로 실천하기를 마다 않는 사람이다. 국책은행 자본 확충 펀드 조성이 대표적 사례다.

기자회견과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정부 재정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음에도 끝내 한은은 10조원을 동원해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한때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알려졌던 구조조정 확충펀드에 대해 대통령까지 “좋은 발상”이라고 개입한 한계를 끝내 넘지 못했다.

점점 전설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고(故) 전철환 총재 재임 때와의 비교는 엄두도 안 나는 일이고 바로 직전의 김중수 전 총재 때와는 좀 비교를 안할 수 없다.

이주열 총재 취임 때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의 학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김중수 전 총재 취임 때 시비는 이보다 훨씬 더 컸다. 부총리 정도가 아니라 당시 대통령의 인맥으로 비난을 받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재임 중 ‘금리 정상화’라는 목표를 통해 기준금리를 한 때 3.25%까지 끌어올렸다. 이 가운데 1.25%가 현재 한국 경제에서 비장의 정책여력으로 건재하고 있다.

만약 김 전 총재가 대통령 한 마디에 안 내릴 금리를 내리는 사람이었다면 지금 한국은 어떻게 돼 있을까? 부임 때 ‘MB맨’으로 왔지만, 그가 보여준 통화정책은 이런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켰다. 한은 직원들 게시판을 감시하다 시비를 초래한 따위의 일들과는 무관한 얘기다.

문제는 지금의 이주열 총재에게도 이런 면모가 있느냐다. 평소 아무일 없을 때 올바른 소신을 밝히는 것과 실제 정책 사이에 격차가 커 보이는 이 총재여서 더욱 우려된다.

통화정책에 무식한 몇몇 정치권 인사들이 외국에서 하는 거라면 다 좋은 줄 알고 호들갑을 떨면서 한국은행에 마이너스 금리를 강요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그래서 이번의 ‘마이너스 금리’ 보도가 단순 해프닝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지금 한은 수장이 이주열 총재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