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수 불구속을 롯데 개혁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국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이 총수가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모면했다.

지난 6월부터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아온 롯데그룹으로서는 '불행 중 다행'의 결과임에 틀림없다. 다음주 정도로 예상되는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롯데그룹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에 걱정이 많았던 사람들로서는 그래도 한시름 놓게 하는 결과였다.

우리 경제는 현재 상당히 어려운 국면을 지나고 있어 이런 수사 외적인 경제환경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조선과 해운 등의 잘나가던 기업들이 난파 위기를 맞고 철강, 석유화학 등의 주력 업종 역시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정도로 언제든 큰 파도가 몰아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장소로 경북 성주의 '롯데골프장'이 결정되면서 롯데그룹으로선 안팎으로 걱정거리가 많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수많은 근로자들이 몸담고 있는 롯데그룹이 총수가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면 사태 수습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었다.

롯데그룹은 이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들에게 진정한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독일의 문호 괴테가 지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는 롯데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소리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형제 간 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기업 실적은 하향 국면을 보이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썩 좋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가려진 민낯이 드러나고 기업 지배구조 개편, 기업공개(IPO) 등이 잇달아 지연되거나 무산되며 신용등급마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행 중 다행으로 총수가 부재하는 벼랑 끝 위기에서는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진정으로 위기국면을 벗어나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 태어나는 문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형제 간 분쟁이 불거진 후 숨겨진 '비밀의 창고'가 열리며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준 게 사실이다. 특히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인이나 일본의 기업들이 자리하면서 롯데가 과연 한국 기업이 맞느냐 하는 정체성 문제마저 제기됐다.

또한 롯데그룹이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의 개인 기업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로 전근대적인 기업 경영 형태를 보여주면서 지탄의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기업 총수가 구속이 될 경우 자칫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이를 해결하는 것은 숙제로 남은 상태다.

여기에 신동빈-신동주 형제 간 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어서 과연 롯데의 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피로감마저 들게 하고 있다.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분쟁은 이제 끝을 내야 한다. 둘이 힘을 합쳐도 위기를 돌파하는 데 힘에 부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서로 돌을 던지는 행위는 그만둬야 한다는 소리다. 신동주 전 회장도 본인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이유 중의 하나로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어서라는 말을 한 바 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경영권을 안정시키고 진정 한국의 롯데로 거듭나는 일에 힘을 합쳐야 한다.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일에 형제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이 국내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