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오케스트라 절반이 수상한 사람들?...무리한 공연 추진은 없어져야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들의 문화 수요가 높아지면서 내한공연도 많아졌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문화재단도 최근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주최해서 잘 끝났다.

그런데 제법 오래전에 내한공연과 관련해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장치가 허술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얼마든지 지금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돌이켜보고자 한다.

내한공연의 관련 당사자는 극장, 현지 오케스트라, 그리고 중간의 대행사다.

극장이 내한공연을 먼저 희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극장은 외국 오케스트라에 대한 정보가 없다. 그래서 전문적인 대행사에 오케스트라를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대행사가 오케스트라 리스트를 가져오면 극장이 이 가운데 선정한다.

오케스트라를 정하면 계약 조건에 대해 구체적 협상을 벌인다. 항공권부터 시작해서 출연료, 숙소, 공연 횟수, 공연 후의 관광, 식사 등에 관해 명시한 계약을 한다.

극장은 공연 홍보를 위해 오케스트라 정보를 받아야 된다. 오케스트라의 연혁은 물론이고 지휘자와 단원들은 누구인가를 파악하고 이들의 사진을 받아야 한다. 이것을 가지고 홍보자료를 만든다.

때로는 대행사가 극장에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제안하기도 한다. 극장이 동의하면 공연이 이뤄진다.

오케스트라가 일정한 금액을 요구하면 대행사는 그에 따라 극장들을 선정하고 초청비용을 정한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가 1억 원을 요구하면 대행사는 극장 다섯 곳에 2000만 원씩을 분담시킨다. 대행사 자신도 수익을 남겨야 하니 극장마다 2500만 원을 분담시키면 대행사는 전부 2500만 원을 남기게 된다.

한참 전에 유럽의 어느 챔버 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하게 됐다. 여기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극장 측에서 대행사에게 25명 오케스트라 초청을 요청했는데 공연료가 안 맞았다. 대행사는 그런 사실을 극장에 알려주는 것이 마땅했는데 어떻게든 공연을 성사시키려고 무리하게 조건을 맞추려고 했다.

극장에서 오케스트라가 내한한 것을 보니 25명 단원의 절반이 사진과 얼굴이 달랐다. 공연료가 안 맞아 현지 단원 가운데 반만 오고 나머지 반은 한국에 와 있는 그 나라 출신 연주자로 채웠던 것이다. 말하자면 엑스트라 단원을 쓴 것이다. 출신지가 오케스트라와 같은 나라였을 뿐이지 음악적 경력으로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연주 실력은 당연히 큰 차이가 났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 극장도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유명한 대행사였다.

계약을 꼼꼼히 하나하나 다 챙기지 않는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관객 수준이 나날이 높아지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일 엄두는 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경제 수준이 개선되고 문화 욕구가 높아졌다고 해서 내 주머니만 채울 생각을 하는 것은, 사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문화적으로 씻기 힘든 죄를 짓는 것이다. 한국의 공연산업도 이제 좀 더 성숙해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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