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13)...경영자도 가짜뉴스에 속지 말아야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허위 사실을 진짜인 듯 보도하는 가짜 뉴스(fake news)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가짜 뉴스란 어떠한 목적을 위해 언론보도의 형식에 담아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거짓 정보이다. 마치 전문 기자가 쓴 것처럼 취재원을 밝히면서까지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독자들이 쉽게 속아 넘어간다.

가짜 뉴스가 전파되는 형태는 두 가지다. ‘카더라 통신’이나 ‘묻지마 뉴스’ 같은 출처 미상의 거짓 정보를 사실인 듯 무작위로 유포하거나 언론사와 소셜 미디어의 공식 계정을 해킹해 뉴스를 조작하는 형태이다. 가짜 뉴스는 더욱 그럴싸하게 포장되기 때문에 진짜 뉴스보다 더 사실 같아 보이고 확산의 속도가 더 빠른 경우도 많다.
 
일터에서도 일종의 가짜 뉴스인 ‘카더라 통신’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 소식을 접하면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도 흥미로운 소식에 점점 귀를 기울이게 마련이다. 회사에 떠도는 가짜 뉴스 때문에 경영자들이 오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승진 대상자끼리 경쟁하는 상황에서 불리한 쪽에서 승진이 유력한 상대방에 대해 비방하거나 헛소문을 퍼트리는 경우가 많다. 내부 통신망에 상대방의 비리라며 가짜 뉴스를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영자들은 진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유능한 사람을 승진에서 배제하기도 한다. 언론 보도에서나 경영 현장에서나 뉴스의 핵심 가치는 사실에 바탕을 둔 진실성이다. 신문의 가치를 알리는 광고들에서 뉴스의 진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해보자.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발행되는 신문 <케이프타임스(The Cape Times)>를 알리는 자체 광고 ‘셀카’ 편(2013)을 보자.

이 광고에서는 케이프타임스의 진실성을 강조하려고 유명인을 모델로 활용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 미국의 재키와 케네디 대통령, 미국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키스하는 해군병사 커플, 남아공의 정신적 지주 데스먼트 투투 성공회 대주교, 결혼하는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등이 광고 모델이다. 지면 하단에 실제 신문을 배치했는데 1면 기사에는 뉴스의 주인공이 대형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커크 게인스포드(Kirk Gainsford)는 1면 기사에 등장하는 대형 사진 이미지를 변용해 뉴스 주인공 스스로가 자기 사진을 찍듯 팔을 뻗는 순간을 연출했다. 역사와 시대를 대변하는 명장면 사진을 활용해 스스로 자기 사진을 찍고 있는 것 같은 셀프카메라(셀카, selfies) 장면을 만들어 냈다. 카피와 카피 사이에 신문 이름 케이프타임스를 비주얼로 집어넣어 문장이 완성되게 하는 레이아웃도 창의적이다.
 
카피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뉴스에 이 이상으로 다가갈 수는 없습니다. 케이프타임스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You can’t get any close to the news. The Cape Times Know all about it)” “모든 스토리는 직접 들은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케이프타임스와 함께 뉴스에 더 가까이 다가가세요(Every story feels like a first-hand account. Get closer to the news with the Cape Times)”

이 광고에서는 기사의 모든 내용이 직접 들은 이야기처럼 생생하다며 뉴스의 진실성을 강조했다. 이 광고에서는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활용하면서도 별도로 촬영하지 않고 신문에 썼던 기존의 사진을 비틀어 셀카를 찍는 듯이 표현함으로써, 유명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처럼 느껴지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 광고는 2013년 칸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타게스슈피겔(Der Tagesspiegel)>을 알리는 자체 광고 ‘트럼프’ 편(2016)에서도 뉴스의 진실성을 강조했다. 2016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와중에 나갔던 이 광고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져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광고를 보는 순간 미국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트럼프 후보의 입이 한 눈에 들어온다. 험한 말을 많이 했던 트럼프 후보의 빅 마우스(big mouth)를 자체 신문을 쌓아 올려 한껏 강조되도록 했다. 시각적 장난기가 돋보이는 광고다. 트럼프의 입이 크게 벌려진 이 사진은 구설수에 자주 올랐던 그의 특성과 정치적 스타일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과연 그가 자신의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괴롭힐 것인가(Will he bully his way into the White House)?” 이 헤드라인은 입을 강조한 비주얼 메시지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는데, 광고 창의성을 널리 인정받아 2017년 칸광고제에서 인쇄광고 부문의 황금사자상과 옥외광고 부문의 은사자상을 받았다.

이 신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주간지 <슈피겔>지가 아닌 베를린 지역에서 발행하는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이다. 지명도 면에서는 슈피겔보다 떨어지는 신문인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이 신문과 인터뷰하고서도 슈피겔과 인터뷰했다고 은근 슬쩍 말하기를 즐겨했다. 어쨌든 타게스슈피겔은 이번 광고로 인해 국제적으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2016년의 미국 대선이나 2017년의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가짜 뉴스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 광고에서도 가짜 뉴스를 경계하며 트럼프의 선동적인 발언에 주목했으며 뉴스의 진실성을 환기했다.
 
두 광고의 성공 요인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진실성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2016년에 주목해야 할 하나의 단어로 ‘탈 진실(post-truth)’을 꼽았다.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맹목적으로 믿는 것과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진실로 받아들이려 하는 탈 진실 시대의 무분별한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을 통해 확산된 직후였다. 
 
우리나라 일터에서도 카더라 통신(유언비어)이 바이러스처럼 창궐하고 있다. 동료 끼리나 상하 간에 넘나드는 가짜 소식으로 인해 영혼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숱하게 많으리라. 처음 들을 때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솔깃한 이야기가 계속되면 쉽게 확신해버리는 이상 징후다.

존경받고 싶은 경영자라면 가짜 소식과 진짜 소식을 가려볼 줄 하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가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저널리즘의 진실한 가치가 더더욱 중요해졌지만 기업 경영에서도 소문의 진실성을 가려보는 경영자의 혜안이 정말로 중요해졌다. 가짜 뉴스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을 극단적인 대립으로 몰고 가 조직의 갈등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네 일상생활에서도 가짜 뉴스에 속지 말고 탈 진실 시대의 맹목적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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