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서 배우는 경영통찰력(시리즈 14)...변화란 말 너무 자주 쓰지 말자

▲ 김병희 교수

[외부 기고=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 일상생활에서나 경영 현장에서 ‘변화’라는 단어는 정말 자주 쓰인다.

변화는 거의 모든 취임사의 단골 메뉴인데, 전임자의 취임사에서도 있었을 이 말은 후임자의 인사말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새해 시무식 때의 신년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가정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전하는 덕담에서도 자주 쓰인다. 진화론을 제창한 찰스 다윈은 일찍이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런저런 자리에서 강조되는 ‘변화’라는 말은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듯하다.

하지만 소설가 톨스토이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생각하지만 누구도 그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파했다. 변화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경영학에서는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라는 분야를 설정해, 말만으로 변화를 강조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변화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난다는 듯이 변화 자체를 좋게만 생각하지만 변화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변화의 조건이 무르익어야 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변화가 좋다고 하는 광고, 변화가 나쁘다고 하는 광고, 변화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는 광고를 비교해보자.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액센츄어 컨설팅(accenture consulting)의 광고 ‘부등호’ 편(2013)에서는 변화는 좋다고 강조했다. “변화는 좋다. 변형은 더 훨씬 더 낫다(Change is good. Transformation is even better)”라는 헤드라인으로 기업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액센츄어 컨설팅은 기업의 경영 전략, 컨설팅, 디지털 사업, 기술, IT 서비스, 보안 사업 등을 지원하는 미국의 다국적 경영 컨설팅 기업이다. 이밖에도 리더십 개발이나 멘토링 프로그램이 강하다. 1989년에 설립되어 현재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본사가 있고, 총 자산 182억 달러를 바탕으로 120개 이상의 국가와 200여 개의 도시에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광고로 인해 유니클로를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반면에 허쉬 초콜릿 바(Hershey’s Chocolate Bar)의 광고 ‘대머리’ 편(1999)에서는 변화는 나쁘다며 상식을 뒤집었다. 이 광고에서는 한 남자의 머리가 대머리로 변해가는 과정을 세 컷의 사진 속에 풍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사진들은 바로 아래의 “변화는 나쁘다(Change is bad)”라는 짧은 헤드라인과 만나는 순간 곧바로 상품 메시지로 연결되며 1899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허쉬 초콜릿의 진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시각적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 광고에서는 풍자적 사진과 짧은 카피 한 줄을 아이디어로 사용하여 시종일관 같은 맛을 유지해온 허쉬 초콜릿의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소비자로 하여금 쉽게 다른 초콜릿으로 바꾸지 말라는 메시지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이 광고를 비롯해 같은 주제의 시리즈 광고로 인해, 초콜릿의 성분이나 맛이 100년 동안 바뀌지 않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소비자에게 각인시켰고 자연스럽게 매출도 27%나 증가했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탈그룹(TAL Group)의 광고 ‘돈 드레이퍼’ 편(2009)에서는 변화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간단하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헤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변화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간단하다(Change is neither good or bad. It simply is)” 이 광고에서는 미국에서 2009년부터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드 드라마 <매드맨(MAD MEN)>의 돈 드레이퍼(Don Draper)를 활용했다. 1960년대 뉴욕의 매디슨 애버뉴에 밀집된 광고회사들의 이야기인데, 스타 광고기획자인 돈 드레이퍼의 성공과 내적인 방황을 그린 드라마이다. 당시에 잘나가는 광고인들을 매드맨(미친 남자)이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 제목이다. 1999년에 창립된 세계적 리쿠르팅 회사인 탈그룹은 광고에 돈 드레이퍼(존 햄)를 등장시켜 변화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어떤 사람을 채용하느냐에 달려있는 간단한 문제라고 했다. 모바일과 IT 테크놀로지 시장의 인재 발굴 회사답게 사람의 연결 문제를 부각시켰다.
 
전문가들은 피부 관리처럼 변화에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존 코터의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드는 변화관리』(2015)에서는 기업 혁신의 70%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여러 단계를 거치는 성장 과정이라고 했다. 변화 관리란 기업에 일어나는 중대한 변화를 기업 성과가 향상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실천 행위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알맞게 조직의 구성 요인을 적합한 방향으로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처드 베카드(Richard Beckhard)와 루벤 해리스(Reuben T. Harris)가 제시한 ‘변화 방정식(Change Equation)’에서 흥미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여기에서 C는 변화(Change), D는 현재의 불만족 정도(Dissatisfaction), V는 도달하고자 하는 비전(Vision), F는 변화하기 위해 실천하는 첫 번째 조치(First Step), R은 변화에 대한 저항(Resistance)을 의미한다. 3가지 요소를 곱한 값이 변화에 대한 저항보다 커야만 확실한 변화가 이루어진다. 구성원들의 불만족 정도가 강하지 않거나,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이 명확하지 않거나, 변화하기 위해 실천하는 첫 번째 조치가 실현 가능성이 낮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경영자들이여, 변화라는 말을 너무 남발하지 말자. 조직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너무 자주 들어온 말이라 심리적 내성이 생겨 어지간해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변화를 유발하는 3가지 요소를 충분히 파악한 다음에 독려해도 늦지 않다. 변화가 상황을 더 나쁘게 할 수도 있으니까. 허쉬 초콜릿처럼, 아늑한 사랑처럼, 변하지 않는 게 더 좋을 때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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