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인상할 경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으로서는 첫번째 경험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기자들에게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대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을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부총리가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IMF의 조언은 이보다 다른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IMF는 김 부총리의 발언보다 하루 앞서, 한국과의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확장적 재정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도 제시했다.

통상적인 경제부총리라면, 금리인상 움직임이 유력한 한국은행에 대해 “완화적 정책을 유지하라”라는 IMF의 말처럼 귀가 번쩍 뜨일만한 것이 없다.

재정보다 한국은행에 대한 IMF의 조언을 더욱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을 수도 있지만,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남의 영역이 아니라 자신들이 해야 할 영역만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품격을 갖춘 부총리이므로 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을 ‘허벅지를 송곳으로 찔러가면서까지’ 자제할 필요는 전혀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금융시장에서는 이달 말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상당히 유력하게 보고 있다.

한국 경제정책의 특성상, 금리인하보다도 금리인상은 금융통화위원들이 통화정책방향의 마지막 구두점을 모두 작성할 때까지 쉽게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국제금융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상은 상당히 유력하다. 나날이 하락하는 원화환율도 상당 원인은 여기에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상을 이미 환율과 같은 각종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한은이 인상을 자제한다면, 위아래가 불균형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는 더욱 명백해질 것이다. 금융시장에 대한 한은의 지도력은 아마 더욱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김 부총리는 네 번째다. 그 전에는 이름이 다른 부처의 장관이었거나 부총리급이 아닌 장관급이었다.

김 부총리의 전임자 세 사람은 재임 중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을 경험한 적이 없다. 모두 박근혜 정부의 부총리인 현오석, 최경환, 유일호 전 부총리다.

한국은행이 가장 최근에 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6월10일이다. 김중수 총재가 재임하던 한국은행이 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었다. 이 때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총리를 겸하지 않고 있었다.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취임한지 8일 만에 한은의 금리 인상을 맛봤다. 박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6년 세월동안 한국의 재무부처는 금리인상이 어떤 것인지 구경하지 못했다. 물론 가장 유능한 공무원들이니 6년 동안 구경 못했다 해서 전혀 대응이 안 될 사람들이 아님을 강조한다.

IMF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 금리를 올리지 말아야 하느냐와는 별개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몇 차례 언급했지만, 현재의 1.25% 금리 자체가 완화적이냐 긴축적이냐를 따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시장인 미국에서 올해 안에 1.25~1.50%포인트로 올릴 것이 유력하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가 가진 또 하나 의미는, 전 세계에 대해 그 나라 경제가 어느 정도 수익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미국경제가 1.25~1.5%의 투자수익을 보장한다는데, 한국이 1.25% 금리를 고집한다면 투자자의 발길은 어디로 갈 것인가. 올해 채권시장에서는 심상치않은 외국인들의 투매도 몇 차례 발생했다.

거시경제전문가인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은 금융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3월, 1996년 당시 금리만 올렸어도 1997년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금리를 올리는 긴축기조에 접어들었을 때다.

김동연 부총리는 전임자들이 한동안 모르고 살았던 금리인상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 때문에 김 부총리는 경제성장률 달성에 있어서 전임자보다 더 큰 부담을 질 수는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금리인상이 경제부총리에게 주는 혜택도 있다. 우선 높은 기대수익을 바라는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전적으로 경제부총리의 업적으로 평가되는 국민소득이 원화절상을 통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좀 ‘숫자의 놀음’ 같은 얘기이기는 하다.

‘빚내서 집사라’는 부총리가 있던 자리에 앉아서 오랜만에 금리인상을 경험하게 된 김 부총리다보니, 이런 식으로라도 좋은 점을 유념해서 ‘근정(勤政)’에 흔들림이 없기를 기대한다.

힘주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통화정책이 재무부처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받은 재무장관’이 아니라 ‘역겨운 경제정책’인 것이다. 이런 한심했던 과거와 현재는 비교할 가치조차 없다. 그랬던 전임 부총리가 지금 영광스러운 처지에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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