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 하락, 외국 투기세력 교란 탓만 할 일인가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자 원화환율 하락이 당국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130.5 원이던 환율은 지난 24일까지 1085.4 원으로 낮아졌다.

한국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엔환율도 덩달아 하락했다. 원화의 절상 폭이 엔화의 절상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외국환중개기관이 27일 오전 고시한 100엔 대비 원엔환율은 971.66 원이다. 2015년 968.97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경쟁력의 기준으로 간주되는 원엔환율 1000원 선은 지난달 23일부터 무너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 시중은행 딜링룸의 27일 모습. /사진=뉴시스.


당국자들로서는 이런 추세가 심화되면, 경제의 핵심동력인 수출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환율하락이 적정한 것인지, 누가 이렇게 떨어뜨리는 것인지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급기야 외국의 투기꾼들이 환율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고위 당국자는 역외 세력들이 정부를 우습게보고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그런데 지금 딜링화면 앞에서 거래에 임하는 딜러들에게는 별로 와 닿지 않는 경고다. 돌아오는 목요일, 30일에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외환딜러들이 정말 두려워 하는 것이 이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 무려 6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중앙은행의 본분인데, 이것을 시장이 이렇게 두려워하고 잔뜩 긴장하는 것은 6년만의 인상이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딜러로 앉아있던 사람이 본부장이나 부서장으로 승진해 떠난 자리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교과서에서나 배운 사람이 앉아 있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한국은행은 6년 동안 금리를 안올렸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열심히 내렸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때문만도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2015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했는데도 한은은 금리인하를 2016년 6월까지 지속했다. 그 결과 한국의 1.25% 기준금리는 Fed의 1.00~1.25% 연방기금금리에 역전되기 일보직전까지 왔다.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이 미국처럼 안전한 시장보다 금리를 덜 준다고 하면, 국제투자자들은 한국시장을 외면하게 마련이다. 올해 몇 차례 채권시장에서 그런 조짐도 나타났다.

한은이 6년 동안 금리를 내리기만 하는 동안 세 명의 경제부총리가 재임하고 떠났다. 이 가운데는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펼친 것으로 지목되는 이도 있고, 유례없이 발권력으로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나선 사람도 있다.

세 명의 부총리는 마치 ‘폭탄 돌리기’를 하듯, 자기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금리인상이 없는 가운데 정책을 하다가 떠났다.

이렇게 해서 한국은 금리인상이 아주 생소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외환딜러들이 예전 딜러들과 달리 생전 처음 보게 될 금리인상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반응이다.

딜러들이 일방적으로 달러를 팔아서 원화환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역외 투기세력을 찾기 이전에 당국자들이 모시던 전임 부총리 시절에서도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다. 이미 물러난 사람들이지만, 대통령과 집권당 고위층이 통화정책에 간섭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세월, 이런 무분별한 행태에 이 나라 중앙은행은 자리를 걸고서까지 막아내는 결기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오는 30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6년 통화정책이 보여준 모든 병폐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느냐다. 한국은행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은행이 극복하기 힘든 주변상황을 만들어낸 모든 경제정책 기관들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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