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OMC 위원도 아닌 불라드가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다우존스 지수의 22일 상승에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Fed)은행 총재 발언이 한몫했다. Fed 이사회의 올해 4차례 금리인상 전망도 나오는 때에 불라드 총재가 지나친 금리인상에 대해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Fed 관계자들의 발언만으로도 시장이 반응하는 현상을 특히 한국은행의 역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눈여겨봐야 한다.

불라드 총재의 제도적 위상은 올해만 따지고 보면 한국의 금융통화위원에도 못 미친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총재이긴 하지만, 금통위에 해당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올해 투표권이 없다. 그럼에도 시장은 그의 발언에 반응한다. 불라드 총재 뿐만 아니다. 12명의 지역총재마다 갖고 있는 ‘마켓 파워’다.

역대 금통위원을 지낸 사람들은 “그 정도 영향력은 나도 갖고 있었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23일 로이터 시장 기사는 “아시아 주가가 금요일 상승했는데 Fed 관계자가 미국 금리인상 가속에 대한 우려를 더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기사의 모든 내용을 맨 첫줄에 축약하는 이른바 ‘리드’ 문장에 이렇게 나올 정도로 시장을 움직였다고 자부할 만한 금통위원이 누가 있을까. 더구나 불라드 총재는 올해 투표권도 없는 대체위원이다.

은행을 다니던 1995년부터 Fed에 관한 일일보고서를 써왔고, 2000년부터 한국은행을 출입한 기자의 관점에서 한은이나 Fed 인사들의 학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차이는 시장과 정책 사이에서 스스로 어떤 정체성을 세우고 있느냐에 있다는 것이 현재 결론이다.

한국에서는 아무개 위원이 금통위 의사록에 소수의견을 남길 때 “재임 중 통산 7번째 소수의견을 남겼다”고 전한 적이 있다.

이보다 더 오래전 어떤 금통위원은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때 혼자서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더니 불과 몇 달 후 혼자서 금리인상을 주장한 적도 있다.

나름대로 정책적 고민 끝에 금통위원들이 이런 주장을 했다고 믿고 싶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또 튀는구나”라는 냉소가 강하다. 똑같은 경제지표를 들여다봤을 텐데 집행부와 개별 금통위원의 의견이 7번이나 어긋나는 것도 미스터리고 남달리 인하를 주장하던 사람이 갑자기 남달리 인상으로 돌변하는 것도 전 세계 통화정책 사상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금통위와 Fed의 차이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아직도 시장의 일부가 되지 못했거나 일부가 되기를 거부하는 금통위라는 것이다.

7명의 금통위원이 ‘누구는 총재편이고 누구는 부총리 편이어서 표 대결 결과는 이렇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역겨운 접근방식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걸 불식시키기 위해 역대 금통위원들은 저마다 얼마나 소신을 지키는 노력을 했고 시장을 보호하는 공부를 했는가.

현재의 금융통화위원회에는 하나 긍정적 요소가 있다.

현재 위원들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부임당시 정치적 입김의 시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영향력을 행사했을법한 세력이 최근의 정치과정에서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다. 설령 그런 힘으로 부임을 했어도 금통위원이 거기에 연연할 이유가 사라졌다. 또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금통위원 개개인의 자질로 보면 크게 모 나는 사람을 보내지도 않았다.

시장의 완벽한 일부가 되는 금통위 위상을 세우는 것은 자기 자신 이미지 과시에만 몰두해 “생애통산 몇 번째 소수의견” 남기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정말 무엇이 필요하고 정책의 결과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분이라는 신뢰를 쌓는 게 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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