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 금리인상 후 한국 'IMF 위기'... 지금은 다른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과연 미국의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막대한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것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다음달 21일 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7.4%에 달한다고 한다. 단순설문조사의 거짓 섞인 응답이 아니다. CME그룹이 미국의 금리선물계약이 실제 어떤 전망으로 이뤄졌는지를 분석해서 나타난 결과다.

Fed가 금리를 올리게 되면 연방기금금리는 1.50~1.75%가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1.50%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하루짜리 콜금리에 해당하고, 한국의 기준금리는 1주일금리다. 만약 연방기금금리의 하한이 한국의 기준금리와 같다면 이것은 명백히 한미 양국의 금리역전이다.

거기다 한국은행은 총재 교체기에 접어들었다. 누가 한은 총재가 되더라도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금리를 올리는 것은 상당한 노고가 드는 일이다. 대단히 이례적으로 ‘준비된 총재’가 부임한다면 취임 열흘 조금 넘은 4월12일에 인상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12일 동안 여타 정부부처나 기관들과의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하고 덜컥 금리부터 올린다면, 아마 그 총재는 4년 임기 내내 타 기관과의 공조는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한은이 한번 정도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금리역전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Fed는 올해 최소 세 차례, 또는 네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기금금리가 연말에는 2.00~2.50%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진작부터 Fed의 이번 긴축단계는 금리를 3%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굳이 금리역전을 막으려 한다면 한은 총재가 임기 중 못해도 7차례의 금리 인상을 해야 된다. 한국 통화정책 특유의 금리 상방경직성을 생각할 때,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의심스럽다. 미국과의 금리역전이 불가피해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금리가 역전되고 한국의 금융시장과 경제가 온전할 수 있을까.

1990년대 중반, Fed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자 그 여파가 한국에서는 1996년 환율 급등,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로 이어졌다.

IMF 위기의 주된 원인은 물론, 경제원칙을 저버린 한국의 부실금융, 정경유착, 부실지배구조와 같은 것들이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려간 점도 빼놓을 수는 없다. 다만 이런 국제자금 흐름이 부도덕하고 무능한 행위로 한국경제를 망가뜨린 자들에게 면죄부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찌됐든 관건은 Fed가 금리를 올리는 만큼 모든 자금이 1990년대 ‘IT 붐’이 일어날 때처럼 미국으로 몰려갈 것이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8년 임기 내내 누렸던 미국의 IT 호황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Fed가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미국 기업들은 비싸진 은행이자 이상으로 돈을 벌 자신이 넘쳐났다. 늘어난 이자비용을 감당 못할 기업은 시장에서 스스로, 또는 시장의 힘에 의해 물러났다. 시장에는 더욱 건전한 기업들이 남아서 생산성을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미국 경제가 과연 당시와 같은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따른다. 그가 집권한 후 미국 경제는 빌 클린턴 시대가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시대와 많이 비교되고 있다. 생산성이 아니라 지출을 늘려 호황을 가져오려는 점과, 보수적 애국심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점이 흡사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스스로 타산을 따져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세가 무서워 공장을 해외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당장은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조만간 미국인들은 불필요하게 비싼 값을 치르면서 물건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점들은, 단지 더 많은 이자를 준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몰려가는 현상을 억제할 수도 있다. 1990년대 Fed의 긴축시기와 지금은 이런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런 점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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