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업인의 트레킹 이야기<34>...홍콩 트레킹<2> 홍콩 등허리 걷기

▲ 박성기 대표

[초이스경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샘 대표] 오늘은 2018년 3월2일(금) 걸었던 드래곤스 백(龍脊, Dragon's Back) 트레일을 소개한다. 홍콩 섬을 남북으로 횡단하는 홍콩 트레일(50km) 코스 안에 있다. 2004년 타임지 아시아판에 '아시아 최고의 트레킹 코스'에 선정되어 걷는 이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천혜의 아름다운 코스가 이곳 최고의 경제적 자산이다. 2층 버스도 이곳이 자랑하는 경제적 명물이다.

토테이완(To Tei Wan)을 출발하여 섹오 피크(Shek O Peak, 284m)와 완참산(Wan Cham Shan, 226m)을 이어서 타이탐갑(Tai Tam Gap, 大潭峽) 까지 가는 용의 등허리처럼 생긴 구불구불한 능선을 따라 양쪽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부지런히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여정은 ‘드래곤스 백’과 ‘라마 섬(南丫島, Lamma Island)’을 걷는 일정이다. 두 곳을 연계해서 걷기에 일정이 빡빡하다.

▲ 아침을 먹었던 몽콕의 거리. /사진=박성기 대표

숙소가 있는 몽콕(旺角)의 아침, 거리를 메워가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지난밤 거리에 가득했던 사람들의 흔적은 아침을 열면서 다시 몽콕 거리를 채우기 시작하고 있다. 서둘러 아침을 마치고 MTR을 타기 위해서 프린스 에드워드 역으로 갔다.

몽콕의 프린스 에드워드(太子)역에서 MTR 춴완선(筌灣線 Tsuen Wan Line)을 탑승하였다. 다섯 정거장을 지나면 센트럴(中環)역이다. 여기서 샤우케이완역(Shau Kei Wan Station, 筲箕灣)으로 가는 아일랜드선(Island Line)으로 갈아탔다.

▲ 드래곤스 백 트레킹 들머리로 데려가줄 9번 버스. /사진=박성기 대표

샤우케이완역에서 A3출구로 나와 섹오(石澳) 9번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드레곤스 백의 출발지인 토테이완으로 가기 위해서다. 기다리던 버스가 바로 도착했는데 2층 버스다. 2층 버스를 처음 타는데 몹시 기대가 된다.

홍콩의 훌륭한 교통수단이며 명물인 2층 버스는 귀족 제도가 있는 영국에서 신분상의 이유로 1층에는 일반평민이, 2층에는 귀족이 탑승하면서 유래했다. 영국 식민지 하에 있던 홍콩에도 자연스레 2층 버스가 도입되었다. 처음 2층 버스가 다닐 때에는 1층에는 중국인들이, 2층에는 영국인들이 탔다고 하니 처음 유래는 신분상의 이유였겠지만 지금은 인구밀도가 높은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면서 관광 상품으로도 경제적 가치가 높다.

이 층으로 올라가 맨 앞자리에 앉았다. 앞자리만 안전벨트가 있고 나머지 자리에는 안전벨트가 없었다. 한국과 반대되는 차선이라 자꾸 습관적으로 마주 오는 차와 부딪칠것 같아 긴장을 한다. 토테이완(土地灣, To Tei Wan)까지 가는 길은 꾸불꾸불 돌면서 산 위로 올라가기에 아찔했다. 차창엔 도로방향으로 고개를 내민 나뭇가지가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스친다. 괜스레 몸을 움츠리며 반응하는 내가 우스워 실소를 했다. 드래곤스 백의 들머리인 토테이완에 도착했다. 버스로 대략 20분이 걸렸다.

▲ 드래곤스 백 들머리 안내표지. /사진=박성기 대표
▲ 드래곤스 백 오르는 길. /사진=박성기 대표
▲ 드래곤스 백 능선길. /사진=박성기 대표

버스정류장에는 드레곤스 백 트레킹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있어 들머리를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잠시 짐을 정리하고 용의 등허리를 밟으며 걷는 트레킹의 첫발을 내딛었다. 어제의 피로는 사라지고 몸이 가볍다. 내 경험상 언제나 첫발을 내딛을 때 느낌이 하루를 좌우한다. 오늘 내딛는 발걸음이 유난히 상쾌한 것으로 보아 좋을 것 같다.

▲ 용이 그려져있는 표지판. /사진=박성기 대표
▲ 한 채에 80억이 넘는다는 리펠스베이의 부촌. /사진=박성기 대표

대나무 구간을 통과하면서 길을 시작했다. 경사도가 완만하여 걷기에 힘이 들지 않았다. 안내표지판도 잘 되어있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안내 표지판에는 꿈틀거리는 용이 그려져 있어 드래곤스 백, 즉 용(龍)의 등(背)을 타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난 표현이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키 작은 나무들이 다투듯 고개를 내밀고 도반들을 반겨주고 있다.

능선에 접어들었다. 길 좌우로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해안과 푸른 바다, 한 채에 80억원이 넘는다는 리펄스 베이의 하얀 건축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꼬불꼬불 이어진 능선이 마치 용이 등을 타고 가는 것처럼 길에 취해 힘든지 모르겠다.

▲ 섹오 피크에 있는 표지판. /사진=박성기 대표
▲ 섹오 비치. /사진=박성기 대표
▲ 섹오 피크. /사진=박성기 대표
▲ 홍콩꽃이라 불렀던 산개되어있는 꽃잎들. /사진=박성기 대표

완차이산(Wan Chai Shan)을 지나 최고의 절정인 섹오 피크(Shek O Peak)에 도달했다. 높이가 284미터로 높지 않은 산이나 바다로부터 우뚝 솟아서 위용이 당당하다. 동쪽을 바라보면 섹오 해변과 바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바다건너 스탠리의 모습이 들어와 홍콩의 아름다움을 다르게 살펴볼 수 있었다. 타임지 아시아판에서 이곳을 '아시아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삼은 것도 이러한 내용과 무관치 않으리라. 그리고 이 같은 평판은 이곳의 훌륭한 관광 자원이자 경제적 자산이 되었다.

섹오 피크를 찍고 완만하게 하산을 시작했다.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내려왔다. 길은 막다른 삼거리에 다다랐다. 드래곤스 백 표지가 좌측 타이탐갑(Tai Tam Gap, 大潭峽)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2km를 따라가면 목적지에 다다른다. 길은 평탄하게 숲길을 따라 이어졌다. 숲은 지금껏 걸으며 보아왔던 키 작은 나무들과는 대별되는 우거진 숲의 터널이었다. 평탄하고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다 가끔 산보를 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없이 평안하고 기분 좋은 길을 걷다가 빨간 꽃잎이 산산이 뿌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한동안 멈춰서 꽃잎과 눈길을 마주한다. 도반들은 서로 무슨 꽃이냐고 묻다가 그냥 홍콩 꽃이라 명명하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목적지인 타이탐갑(Tai Tam Gap, 大潭峽)에 도착하면서 드래곤스 백 트레킹을 끝마쳤다.

홍콩 트레킹을 기획하게 된 계기였던 드래곤스 백 트레킹을 마쳤다. 거리가 길지 않고 힘들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벼운 트레킹이지만 감동은 배가되었다. 섹오 피크에서 바라보는 홍콩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라마 섬을 트레킹하기 위해 센트럴 항으로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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