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본질은 무식한 의원이 아니라 왜 그런 청문회가 열렸느냐다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미국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회장에게 질문을 던진 상황이 우스개거리로 돌아다니고 있다. 몇몇 미국 언론이 “의원들은 저커버그를 제압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기사가 페이스북 이곳저곳에 등장하고 있다.

의원들이 무식해서 제 구실을 못했다는 조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남의 나라 일이니 해외토픽 정도로 그치고 있다.

미국 언론이 전하는 상황을 보면, 솔직한 의견으로 과연 미국 상하 양원의 의원들이 정말 그렇게 무식했는지를 모르겠다.

돈 많이 벌고 영향력 있는 증인이 출석했다고 해서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의원도 없었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정보기술(IT) 분야라서 냅다 자기 질문만 호통 치는 말투로 읽어대고 “답변은 서면으로 하세요”라고 내뱉은 뒤 도망가는 의원도 없었다.

그런 의원들을 현장에서 또는 근거리에서 본 적 있는 사람으로서 정말 미국 의원들이 무식했는지는 확신을 못하겠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전문가들 눈에는 한심하고 무식한 질문일지 몰라도, 상당수 국민들이 그런 의문을 갖고 있다면 이를 대행해서 질문을 하는 것 역시 국회의원의 직무 가운데 하나다.

무식한 질문을 받으면 출석한 증인은 정확하게 답변을 해서 이런 간단한 의구심부터 해소하면 국회는 그만큼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변하지 않는 본질은 페이스북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 저커버그 회장이 의회 증언대에 서게 된 것이다. 그의 옷장을 가득 채운 회색 반팔 티 아니면 다른 옷을 절대 걸치지도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 이날만큼은 양복을 차려 입었다. 자기 평소 스타일을 고집할 만큼 느긋한 상황이 아닌 것을 저커버그 회장부터 잘 알았는 모양이다.

정치현장을 취재해 온 사람으로서, 저커버그 회장이 전략적으로 질문자들을 무력화시키는 기술을 썼다는 인상도 받는다.

많은 의원들의 질문에 저커버그 회장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과연 그 많은 질문들이 전부 저커버그 회장을 보필하는 참모진들이 전혀 예상도 못한 질문이었을까. 그의 이런 답변모습들이 의원들의 무식함을 나타내는 장면으로 동영상에 편집돼 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국회의원들은 잘난 척 좋아하는 사람들이 깔아뭉개기에 딱 알맞은 사람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들 질문을 무식하다고 으깨버리면 본인이 뭔가 좀 더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는 만족감도 갖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더 큰 본질은 무식한 국회의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의원들이 무식한 질문을 하는 그런 자리에 불려나가는 사람들이 대개는 더 큰 문제의 원인제공자다. 국회는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아들을 불러들이는 것뿐이다.

만약 저커버그 회장과 같은 인물이 한국의 국회에 출석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비슷한 사례는 매우 많았다.

역시 한국에서도 겉도는 질문으로 면죄부만 주고 돌려보낸 사례도 많다.

한 번 더 강조하자면, 국회 청문회를 하게 된 상황은 의원들이 무식해서가 아니다. 누군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청문회를 만든 것이다.

저커버그 회장 얘기대로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모르는 사람도 기분좋게 연결시켜 주는 공간이어서 선호했다. 여기에는 모르는 사람과의 연결이 무해할 것이라는 확신이 전제됐었다. 그런데 그 전제가 깨져서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 선거 공작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다른 불순한 자들이 개인 정보를 활용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문회는 그래서 열린 것이다.

한국에서도 의혹 해소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청문회가 열렸지만, 여기 출석하는 증인들은 “그런 기초지식도 없는 질문을 왜 합니까”라는 식의 태도를 통해 질문자를 무력화시키는 수법을 써 왔다.

청문회에서 한 건 올려 스타가 되겠다는 몇몇 의원들의 야심은 이런 수법을 쓰는 자들의 좋은 표적이다. 덮어놓고 대드는 상대는 카운터펀치 한 방을 먹이기도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공부를 안 한 무식한 질문은 지켜보는 국민 대다수를 민망하게 만들긴 한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의 기초지식이 부족해서 다소 무식해 보이는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은 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정말 가려내야 할 범죄적 의원은 이런 부류가 아니다. 개인적 인연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국가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일부러 청문회 초점을 흐리는 따위 행동을 하는 의원이 있다면, 이게 바로 범죄적 의정활동을 하는 자다. 만약 무식한 질문이 출석 증인을 돋보이게 하려는 목적에서 의도된 것이라면 물론 이 또한 범죄적 행위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