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이례적으로 강하게 금리인상 시사했는데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앞줄 오른쪽)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왼쪽)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열린 '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일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주열 총재뿐만 아니라 1998년 이후 모든 한국은행 총재들 발언 가운데 대단히 이례적으로 금리인상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혹자는 ‘올릴 수 있을 때’라는 단서가 붙어있지 않냐고 지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통화정책에 전혀 경험도 식견도 없을 때 하는 얘기다.

이주열 총재는 지금까지 다른 일을 하다 낙하산으로 부임한 사람도 아니고, 평생을 한국은행에서 봉직하다 직장의 최고위층으로 오른 사람이다.

금융시장의 그 누가 봐도 이 발언은 현재 한국은행이 다음 번 변경되는 기준금리는 1.75%가 될 것임을 확실히 할 뿐만 아니라 몇 차례 더 인상할 생각이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통화정책의 수장이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중앙은행은 아직 시장이 접근하지 못한 경제의 여러 가지 지표를 파악할 수 있다. 깊은 정보를 모르는 시장이 잘못 판단하고 있을 때 중앙은행 총재나 정책 결정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바로 잡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언의 공신력이다.

안타깝게도 이주열 총재는 연임되기 전 첫 번째 임기에서 스스로 공신력을 대단히 추락시킨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그가 명예로운 연임 총재가 된 마당이어서 유감스럽지만 지나간 일을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임기 중 몇 차례 금리인하가 이에 반대하는 그의 발언이 나온 직후 이뤄졌다는 시비도 있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2016년의 발권력 동원이다.

이주열 총재는 당시 국회에서조차 국책은행 자본금 확충은 “재정으로 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을 여야 국회의원들 앞에서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불과 며칠 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발권력을 통한 자본 확충을 통과시켰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그 정확성과 일관성, 공신력으로 경제지표와 같다는 원칙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2016년은 워낙 국정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시기였다. 한국은행마저 그 여파에 휩싸여 들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국정을 어지럽힌 사람들이 물러나고 이를 바로잡는 일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주열 총재 과거 발언의 시비가 아니라, 이제부터 나오는 발언의 공신력을 쌓아가는 일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경우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40%로 올렸다고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역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본의 역류가 한국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1990년대처럼 과연 미국의 생산성도 높을 것이냐는 의문은 있지만, 어떻든 지금의 미국은 투자자금과 일자리를 모두 미국 땅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주열 총재의 이번 발언은 적절한 때 적절한 한마디로 봐도 될 듯하다.

이 총재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해외방문한 자리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은 유관기관들끼리 협의도 이미 진척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가져온다.

이 총재의 새로운 4년은 중앙은행 총재의 절대적 시장 권위를 확립할 것으로 기대한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앞선 4년의 멍에를 지우는 일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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