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회안전망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금융문제로 끌어들이나. 그러니까 해법도 못찾고 정책도 겉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정책수립의 최고수였던 한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관계자가 최근 가계 및 서민금융 부실대책과 관련해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겉도는 정책당국자들을 겨냥해 작심하고 던진 말이다.
 
이 관계자는 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 전환대출 해 준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차라리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은 사회안전망을 가동해 신용불량자나 돈갚을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근본적으로 신용을 회복시킬 방안을 찾아줘야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논리다.
 
기업이 부도가 나 돈 갚을 능력이 전혀 없어지게 되면 법원에 보내 법정관리절차 즉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하듯이 신용을 상실한 개인에게도 똑같은 구제방안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렇게 원칙대로 개인부실문제를 처리하게 되면 은행들이 싫어할 것”이라고도 했다. 개인이나 가계가 파산할 경우 이 역시 부실채권 발생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지극히 평범한 논리인데 요즘처럼 이 관계자의 말이 가슴을 찡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아마도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할 것 없이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를 우려하며 걱정하는 말만 늘어놓을 뿐 이렇다할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한데서 오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자칫 엉뚱한 해법을 들고나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우리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그동안 정부는 서민금융지원책과 관련해 미소금융이니 햇살론이니 하는 여러 구제장치를 마련해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들 장치만 갖고는 가계부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휴면예금이나 재벌그룹 출자를 재원으로 하는 미소금융의 실적이 미미한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월 취임때부터 가계부실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다른 정부부처들은 남의일처럼 대했다. 그련데 1년반이 지난 지금에야 가계부채가지고 여기저기서 위기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나마 최근들어 제1금융권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고 해 다행이다. 문제는 제2금융권이다. 아울러 최근 서민대출을 중심으로 부실비율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대출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돈을 벌어 갚게 하는 것이다. 범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때문에 부득이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발생하면 과감히 부실채권으로 처리하고 해당 신용불량자는 신용회복위원회 즉 사회안전망을 통해 그에게 새로운 갱생의 방도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게 지각있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참으로 지당한 지적이다.
 
현오석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최근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과거 농어가부채처럼 가계부채 문제를 정치문제로 둔갑시켜 풀어선 안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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