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비롯한 종부세, 정치색 뺀 차분한 논의 기대한다

▲ 창덕궁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회가 종합부동산세 논의를 시작한 2004년의 모습은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직후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도에 대한 역풍으로 이른바 ‘탄돌이’ 의원들이 대거 등원했다.

많은 사람들은 ‘탄돌이’들이 ‘완장맨’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밀어붙이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현장에서 본 장면은 상당히 달랐다. 당시 ‘성골’ 지지자들에게 때로는 핍박도 받는, 다시 말해 ‘탄돌이’들과는 정반대 인사로 알려진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앞장서서 종부세를 들고 나왔다. 평소 점잖던 그가 증인으로 출석한 야당 측 강남구청장에게 고성을 지르는 장면도 있었다.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다른 김 아무개 의원으로 돼 있었지만, 김 의원 본인이 그다지 앞장서는 모습도 아니었고 회의장 분위기는 정부 발의 법안에 더 가까웠다. 기자는 지금도 당시의 종부세가 과연 386 탄돌이들 작품이 맞냐는 의문을 갖고 있다.

이 때 법안에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가 포함돼 있었다. 김 전 부총리에게 이것이 과연 적절한가를 물었더니 그는 “주택 공급자들이 불필요하게 고가, 호화주택을 공급하면서 투기를 부추기기 때문에 1주택이라고 예외를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며느리가 시부모 반대를 무릅쓰고 대출을 받아 평수를 늘려 이사 갔더니 집값이 두 배가 돼서 기세가 등등해졌다는 얘기를 흔히 들었다.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전 부총리는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비난받고 있다. 빚을 내서 집을 사니 이는 대부분 1가구 주택자에 해당하는 얘기다.

집을 사는데 빚 없이 사는 사람이란 거의 없겠지만, ‘대출불패’의 허상에 빠져 무리하게 큰 집을 사는 것은 확실히 투기의 온상이 된다. 이것이 끝내는 서민들 스스로의 내집 마련을 방해하게 된다.

70대 노부부가 50평 이상 되는 아파트에 사는 것을 일반적인 노후의 모습으로 여길 수는 없다.

아무리 1가구라도 그 집이 ‘99칸’이라면 보유세를 통한 단속을 하는 것에 원칙적인 동의를 안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법이라는 것이 실효 있게 집행되려면 그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도 막아줘야 하고, 또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 정서도 함께 헤아려야 한다.

‘1가구 과세’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노년층은 “집 한 채 자녀에게 남겨주려는 게 그렇게 큰 죄냐”는 반발을 하게 마련이다.

만약 정부 정책이 특정한 지역만을 겨냥했다는 의혹을 산다면 이런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좋은 법은 법의 조항들뿐만 아니라 시행을 전후한 정부의 관련 조치들이 어떤 본심을 보여주느냐에 있다.

2004년 취재 때 의외의 장면은 또 있었다. 야당인 한나라당(지금의 자유한국당)의 비강남지역 경제전문가 의원의 대응이 상당히 냉정했다는 점이다. 물론 서초의 이혜훈, 강남의 이종구 의원은 격렬한 반대를 했었다. 가끔 같은 당 소속 김무성 위원장이 이들을 말리기도 했다.

비례대표로 경제학과 교수인 윤건영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동네는 치안을 비롯해서 각종 기반시설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일리가 있다”며 “나는 그런 집에서 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이라는 농담도 덧붙였다. 그가 당시 종부세에 반대한 것은 “그걸 왜 국세로 하느냐. 지방세로 해야 된다”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경제전문가들 위주로 운영됐던 재경위 회의에서도 386이니 좌파니 하는 ‘색깔’스런 말을 입에 담는 의원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그 대신 ‘세금 수출(Tax Export)’라는 용어를 의원들이 집중 거론했다. 세수가 풍부한 지역의 세금을 거둬 세수가 부족한 지역에 쓴다는 뜻의 단어다.

1가구 과세 여부를 비롯한 종부세 논의가 최대한 정치색을 배제하고 차분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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