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성공은 K-POP의 성공이라기 보다 개인 콘텐츠의 결실이 만든 작품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지난 2012년 이후 세계를 지배한 이슈를 꼽는다면 이 두 단어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가수 ‘싸이’와 그의 노래 ‘강남스타일’이다. <강남스타일>은 대한민국의 대중음악(K-Pop)을 세계로 쏘아올린 본격적인 신호탄이었고, 미국의 빌보드차트는 물론 유럽, 아시아 등 각국 싱글차트의 상위권을 점령했다. 비영어권의 음악이 빌보드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일은 드물며, 아시아권으로 좁히면 더더군다나 극히 드문 사례임에 틀림없다. 물론 세계적 성공과 인기를 얻기까지 여러 과정이 필요했겠으나,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의 동영상 조회가 큰 몫을 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상시 연결 가능한 고속 인터넷망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계의 시차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특정 지역(local)의 이슈가 세계적(global)인 이슈로 등극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싸이의 성공 역시, 하나의 멋진 아이템이 속된 말로 대형사고를 쳤고, 그로 인해 싸이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싸나이’가 되었다.

싸이의 성공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축하할 만한 일이고,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마더, 파더, 젠틀맨!) 하지만 싸이로 인해 얻게 된 또 다른 소득은 바로 우리의 문화정책과 영향력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 것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간 민간 위주로 육성해온 K-Pop문화 전반에 대해 이제는 정부에서도 정책적인 접근이나 지원방향까지 고려되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한 명의 우수한 대중음악인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변하게 만들 수 있다니, 그야말로 문화예술에 잠재된 파급효과는 대단할 따름이다.

하지만 누군가 싸이의 성공이 또 다른 K-Pop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 묻는다면, 무턱대고 긍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싸이의 성공은 K-Pop의 성공이라기보다는, 싸이라는 개인이 보유한 콘텐츠가 지닌 매력의 힘으로 일구어낸 성공에 가깝다. 물론 아시아를 중심으로 많은 나라에 우리의 K-Pop이 대한민국의 문화를 전파하고는 있지만, 언어적인 한계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산업적 측면에만 사로잡혀 문화의 다양성을 잃어버리는 건 문화성장 및 육성에 있어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K-Pop의 열풍에 힘입어 때로는 국민적 관심사나 문화정책 방향이 지나치게 한류에 초점이 맞춰진 인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한류 열풍도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에 실패한다면 어느 순간 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는 하루아침에 준비되지 않는다. 적절한 환경마련은 필수적이다. 마치 아이를 양육하듯이 문화예술분야가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누군가는 육성을 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기초적 역할은 공공영역에서 맡아주어야 할 것이다.

기초예술분야에 해당되는 공연예술은 여타 예술분야보다 확산속도가 더딘 편이다. 현장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공연 고유의 속성상 ‘살아 있는(live) 관람 체험’이 중시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근래에는 우리 공연들이 아비뇽페스티벌이나 에딘버러페스티벌과 같은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에 초청받았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 문화예술의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런 성취를 거두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예술적 성취가 뛰어나기도 했겠지만, 오랜 시간 해외 공연예술계와의 교류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동시대적(contemporary)인 요소는 간과될 수 없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하나로 세계에 통했듯이 우리의 문화를 세계와 나누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건은 바로 컨템퍼러리적인 감각이 아닐까 싶다.

요즈음 공연예술계는 ‘음악’ ‘연극’ ‘무용’ ‘미술’ ‘영상’ ‘조명’ 등 다양한 예술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고, 체계적인 기획과 홍보 마케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력 모두가 필요한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그렇기에 공연예술이 국내 문화예술발전의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싸이와 같은 대형 스타의 탄생도 필요하겠지만, 역으로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한 제반환경 조성을 통해서도 당대와 호흡하는 고품질 콘텐츠의 양산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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