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5% 성장... 한 번의 고성장이 훗날의 저성장을 초래한 건 없나?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은 11월 산업생산의 전월대비 0.7% 감소를 전하고 있다. 부진한 경제상황을 또 한 번 나타내면서 경기하강국면 진입론을 더욱 강하게 뒷받침한다고 언론이 전하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커다란 의문을 던지는 얘기다. 아직 하강국면이 아니라면, 그동안 무슨 상승국면이 있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연구는 다른 것이라고 독자들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국민들이 가장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2010년 6.5%를 기록했었다. 2002년 7.4%를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아직도 남아있다. 2010년 당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로부터 “지낼 만 하다”는 얘기도 제법 들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바로 다음해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연간 3.7%를 넘지 못하는 수준으로 급락했다. 시기별 잠재성장률을 채운 적이 없다.

2002년 7.4%와 2010년 6.5%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다음해 성장률 급락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2003년 성장률은 2.9%, 2011년은 3.7%다.

무조건 성장률 높았던 때를 따라할 것을 요구해서 목적이 달성된다면, 누구나 손쉽게 경제정책을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고성장을 달성하던 당시에 저성장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선 2002년은, 그 해 열린 한일월드컵이 경제활동에는 커다란 영향이 없던 것으로 일부 전문가는 분석한다. 2002년 성장을 가져온 요인 가운데 카드사용 급증에 따른 소비활성화가 있다.

바로 다음 해, 한국 경제는 신용카드 남용에 따른 극심한 신용불안 사태를 겪었다.

2010년은 토목경제 위주 성장을 추진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기다. 7% 경제성장을 내세운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되는 듯 했었다. 하지만 그가 추진했던 경제성장의 대부분이 오늘날 성과보다는 논란만 크게 남기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일 때는 경기진작 효과가 있었지만, 공사가 다 끝나고 난 뒤는 실효성과 환경 악영향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자원외교로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했던 것들은 수 조원 부실을 초래했는데 누가 지금껏 매달려 마무리를 하고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다행히 수출이 호조를 보여, 수많은 외화가 끊임없이 한국에 유입되고 있지만, 헛된 일에 국부를 유실한 사례가 적잖다.

2002년이나, 2010년이나 한해 반짝 성장하면서 오히려 향후의 성장률을 깎아먹는 결과만 벌어졌다.

2010년 한국 경제에서 결과적으로 그나마 다행인 점은 김중수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하반기부터 금리정상화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의 당정 핵심들과 무수한 충돌을 자초하면서도 김 총재는 금리인상 기조를 임기 막판에 들기 전까지 지속했다.

만약 그가 ‘빚내서 집사라’ 정책 때처럼 정부장단에 맞춰 금리를 내렸다면, 이후 한국 경제에 남는 후유증은 더욱 컸을 것이다. 이 점은 2002년의 한국은행과 다른 점이다.

2002년이나 2010년의 핵심은 성장할만한 마땅한 요인 없이 고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뒷날의 성장을 발목 잡는 결과를 가져왔다.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고 무리한 부양정책에만 의존하는 성장은 훗날의 성장여력을 갉아먹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현 정부의 2019년 경제정책에서 중요한 교훈이다.

덮어놓고 이 정책, 저 정책 다 끌어 쓰다가 바로 한 해 뒤를 못 내다보는 결과를 만든다. 후임 대통령의 성장률까지 뺏어오게 된다.

2017년 집권 후, 경험이 없던 시점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들에 대한 재점검은 필요하다.

한 예를 들자면, 탈원전 정책의 경우 취지 자체는 좋다고 해도 그에 따른 전력부족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현실적 대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정책들은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인식이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집권 초, ‘우리는 이런 사람이다’를 강조하려고 특정 숫자만 밀어붙이다가 뜻하지 않은 경제 전 분야 활동위축을 가져온 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했던 일을 모조리 원상으로 돌리는 건 정답이 아니다. 무턱대고 밀어붙였다가 뜻밖의 문제가 벌어졌다면, 이것을 해소하는 일부터는 세심하게 ‘시스템 전체’의 순환효과를 파악하면서 진행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시장의 국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정부가 경제는 전체 시스템의 순환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실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거시경제의 치밀한 속성을 이제라도 이해했느냐가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한동안 거리를 두고 있던 ‘정책기술자’들에게 다시 맡겨볼 것을 추천한다.

예전 국회에 기획재정부 관리들이 출석해 상임위원회 회의를 준비할 때는, 마치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스 전성기의 선수들이 경기준비를 하는 기세와 같았다. 김봉연 김성한 선동열 등 저마다 쟁쟁한 맹장들이 더 큰 카리스마를 지닌 김응용 감독 인솔하에 자유롭게 몸을 풀던 모습이다.

기재부 국장들마다 국제 금융시장에 이름 석자를 날리던 사람들이고 이들보다 더 큰 카리스마를 지닌 경제부총리의 지휘로 필요한 법도 만들고 그 가운데 3분의2 이상은 기대한 효과도 냈다. 관료의 타성을 초월해 시장을 치열하게 학습한 결과다.

지금 기재부에서는 그런 모습보다는 그저 여러개 정부 부처의 또 하나라는 인상을 자주 받는다.

자만에 빠져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 한 탓이라면, 이제부터 분발할 일이다. 과도한 의심이나 비판을 사서 기회를 못 받은 탓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충분한 기회가 부여돼서 국민들에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다만, 2002년과 2010년 교훈으로 급하다고 이것저것 다 끌어쓰다 훗날의 곳간을 탕진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기술자’들이 불신을 사고 있다면, 그 원인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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