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힘든 싸움하는 와중에... 연봉 잔뜩 올린 건 모피아 원장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감독원의 억대 연봉 간부를 몰아내겠다고 한다.

금감원이 자율적으로 기간을 두고 줄이겠다고 하자, 홍 부총리가 “안하겠다는 소리”라며 발끈했던 모양이다.

금감원이 1억원이상 급여를 받는 간부를 160명 줄이지 않으면,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경영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요즘같이 살기 힘든 세상, 준공무원이라는 금감원의 억대연봉자를 줄인다니, 물정모르는 사람은 덩달아 박수치기 딱 좋은 얘기다. 억대 연봉 직원이 학원 강사를 겸했다는 얘기도 나왔던 터다.

그런데 이 글에서 묻는 핵심은 왜 하필 지금이냐다. 금감원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판정에서 전례 없이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오랜 세월 금융전문가이면서 학자로 명성을 얻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부임하자마자 내린 결단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징계 주체인 금감원으로서는 여전히 벅찬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 간부 대폭 축소 압박을 기재부로부터 받게 됐다. 큰 싸움을 벌이는데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받지 말아야 할 고액 연봉을 계속 받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주 강하게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금감원에 저렇게 고액연봉자가 많게 만든 사람이 과연 누구냐다.

1999년 1월 출범한 금융감독원은 윤 원장 이전 12명의 전임자가 있다. 12명 가운데 10명이 재무관료 출신, 소위 말하는 ‘모피아’다. 모피아가 아닌 두 사람이 10대 최흥식, 그리고 2주일만에 물러난 11대 김기식 전 원장이다. 최, 김 두 전 원장의 재임기간은 합쳐서 8개월에 불과하다. 그리고 현재의 윤 원장이 금감원을 맡은 게 8개월이다.

억대 연봉자를 저렇게 많이 늘린 건 민간인 출신이 아니라 ‘모피아’ 원장들이라는 얘기다.

재무 관료의 본산인 기획재정부 장관 홍 부총리가 지금 금감원에 대해 위풍당당하게 큰소리 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들 손으로 월급을 대폭 올려놓고 나서, 민간인 원장이 부임하니까 갑자기 “연봉 토해놔라”라고 호통치고 있다. 더욱이 지금 금감원이 모피아 시절 볼 수 없던 과감한 결정으로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는 와중이다.

금감원은 1999년 증권감독원과 보험감독원, 그리고 한국은행의 산하기관이었던 은행감독원을 합쳐서 출범했다. 업무 관계상, 은감원 출신인 한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때, 한국은행에 돌아다니는 농담이 ‘북송선 탄다’였다. 감독당국의 역할을 계속 수행한다는 명분을 중시해, 한은에서 금감원으로 직장을 옮긴 사람들을 두고 하는 얘기다.

지금 돌아가는 현실에 비춰볼 때, 그냥 고약한 농담만은 아닌 것 같다.

홍 부총리는 금감원을 꾸짖는 위엄을 갖추려는 모양인데, 금융시장 사람들 눈에 이런 기재부의 모습은 좀 궁색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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