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갈등, 멕시코 장벽 등 모든 현안을 직접 이끌어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016년 11월8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투표가 완료된 직후까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 전망이 우세했다.

CNN은 클린턴 후보의 당선 선언을 곧 중계할 듯 했지만, 기자회견이 늦어지면서 화면은 어떤 건물의 주차장으로 옮겨갔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였다. 그는 취재진에게 “모든 일이 잘 되고 있다(Everything is going OK)”는 한마디를 건넸다. 그의 활력 있는 말투는 곧 패배와 승복 선언을 할 사람의 기세가 아니었다.

곧 이어 클린턴 후보의 당선 선언이 늦춰진다는 보도가 나오더니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 후보의 승리가 예상됐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트럼프 시대를 시작했다.

임기의 중반을 지난 트럼프 대통령이 지닌 강점 가운데 하나를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비유하면, 멀티플레이와 확장에 강하다는 것이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정상급 프로선수들이 치열한 전투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자원 확장 기지를 개척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협상을 벌이고 있을 때, 또 다른 협상도 마치 분신술을 구사하듯 전력을 다해 공방에 임한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사실상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다보면, 다른 일에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기 어려울 듯 한데도 어느 순간 그는 멕시코 장벽을 세우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에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을 들어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굵직한 정책들은 모두 그가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담아 스스로 이끌어가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사람인 이상, 한 순간에 모든 일에 공평하게 주의를 집중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의 트위터 흐름을 보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밤새도록 집중적인 트윗이 올라가다가 다음날 저녁엔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그러나 매일의 주제만 다를 뿐이지, 개개의 현안에 임하는 태도는 모두 ‘다른 건 몰라도 이 일만큼은 내가 가장 잘 아니 절대 양보 못한다’는 식의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올해 73세가 되는 연령에 비춰볼 때, 놀라운 근정(勤政)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나라나 국가원수에게는 가장 많은 정보가 집중된다.

한국은 유권자 14만 명당 한 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정확한 숫자적 개념으로 하는 말은 아니지만, 한 명의 국회의원은 시민 한 사람보다 14만 배 더 많은 정보를 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 많은 정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이 단지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대통령은 국회의원 한 사람보다 300배, 시민 한 사람보다는 4300만 배 더 많은 정보를 접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한국 대통령이 이런 정도면 인구가 3억2000만 명,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 435명인 미국 대통령은 더욱 엄청난 정보를 홀로 접하게 된다.

강대국의 국가원수일수록 거대한 정보의 망망대해에 혼자 배 한척을 띄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혼자 몸으로 모두 소화하려고 했던 군주가 청나라의 세종 옹정황제다. 아버지 성조 강희황제가 60년, 아들 고종 건륭황제가 60년 통치한 틈에 14년 치세를 남겨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성군이다.

하지만, 청나라 국정이 탄탄하게 집행된 것으로 따지면, 오히려 이 14년이 전후의 120년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과 달리, 옹정황제는 장기 순행도 거의 삼가면서 밤새워 상주문을 읽고 국정지표를 파악하며 정무에 매달렸다. 그리고는 그 수많은 상주문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가면서 매사를 스스로 집행해 나갔다.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전형이다. 그가 건강이 나빠져 3대 가운데 가장 짧은 통치를 한 이유로도 지적된다. 

이같은 통치행태에 커다란 단점은 국정의 병목이다. 대통령의 방침이 뚜렷해지기 전에는 일선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들지 않는 병폐가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일단 대통령이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하면 관련된 국가의 모든 조직이 혼선 없이 단일목표에 집중하면서 높은 효율을 발휘한다.

젊어서는 여성편력 역시 그 누구에 뒤질 것 없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70대에 접어든 지금은 그런 얘기도 거의 없다. 주말에 자신의 개인사업인 골프 휴양지에서 골프를 치는 것이 유일한 취미생활이라고 하는데, 그 또한 70 고령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골프보다는 오히려 매일 밤의 트윗이 트럼프 대통령의 ‘근정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 말하자면, 국정의 스트레스를 국정으로 해소하는 비결을 터득한 듯하다. 가끔 트위터에 파격적 언행으로 또 다른 소동을 초래하는 것을 보면 스트레스해소용 트윗의 성격이 분명하다.

그의 정책에 대한 찬반은 늘 격렬하다. 어떻든 지금 미국은 국가원수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가진 정도를 넘어, 오히려 무관심했던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정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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