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은 과연 얼마나 되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로이터가 13일 ‘최근 한국의 최대수출품, 무직 대졸자’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내용은 익히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이 쉽지 않은데 일본은 사상 최고 인력부족을 겪고 있어서 많은 대졸자들이 한국을 떠나 취업한다. 막상 취업해 보니 허드렛일인 경우도 많고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이미 많이 거론된 것이다.

무작정 씁쓸한 현실이라고 여길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교육과 인력이 최대 강점인 나라에서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활력이 될 수도 있다.

‘왜 한국 기업은 채용을 안하냐’고 탓하지만 말고, 더 많은 기회를 외국에서 찾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관건은 과연 해외 기업들이 만족할만한 우수 인력을 공급하느냐다.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진=뉴시스.


로이터 기사는 모든 해외취업자가 행복한 건 아니라며 현실과 기대의 불일치를 지적했다. 대만에서 접시닦이를 하거나 호주 시골에서 육류가공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근무조건이 사전정보와 불일치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악덕고용주를 피하는 일은 양질의 고용주가 더 많이 한국 인력을 찾도록 촉진하는 노력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해외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이 한국 인력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으면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런데 로이터 기사에는 하나 의미심장한 언급이 있다. 대졸자들은 국내 취업이 안 돼 외국으로 떠나는데 정작 한국에는 ‘블루칼러’가 부족해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국가전체적인 인력의 수급에서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부실대학에 대한 교육당국의 구조조정 노력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지나친 문과 위주 대졸자 양산은 대학교육 수준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식인의 책임 있는 의식 문제까지 가져오고 있다.

대학생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대학인으로서의 지적 자부심이 저하됐다는 문제가 빈발한다.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학내 선배의 갑질 문제는 오히려 70~90 학번 ‘아재’들 시대라면 생각도 못할 추태다. 이 아저씨들이 사회에 나와서는 말 그대로 ‘아재’행태를 보인다고 해도 대학에 몸 담고 있던 시절만큼은 ‘지식인’ 의식이 살아 있어서 “후배들 일제 집합”같은 군대식 행태를 용납하지 않았다.

“내가 선배인 줄 뻔히 알면서 왜 인사 안하냐. 학번 집합!”같은 투정은 요즘에서나 듣는 얘기다. 20여 년 전만 해도, 소주라도 한잔 해서 호형호제하기 전에는 아무리 나이 어린 후배라도 함부로 하대를 하면 내 학교 자부심을 깎아먹는 짓이었다.

언제부턴가 대학사회가 지성인 사회의 면모를 크게 잃고, 외부사회의 거친 언행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동아리를 운영하는 데서도, 마치 정치권 권모술수를 닮듯 누구는 누구 인맥이니 회장이 되고 안되고를 따지는 행태도 드물지 않다.

군사독재 치하에서 나의 대학 사회는 선진국보다 더한 완벽한 민주주의를 체험하면서 미래를 공부하던 시절과 요즘의 대학은 많은 것들이 엇갈린다.

사회의 모든 고뇌를 함께 한다는 드높은 포부에 어긋나는 일도 눈에 띈다. “축제를 예쁘게 하기 위해서” 교내미화원들의 플래카드를 거리낌 없이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아직은 한국의 대학에 대한 개념이 건전함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기는 했다.

학문의 수준과 별개로, 이와 같은 문화로 대학생활을 마친 한국의 대졸자들이 과연 해외 취업시장에 나가서 충분한 지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를 자성할 필요가 있다.

‘여기만의 현실 때문에 낙후된 행동을 하지만 나가서 잘 하겠다’는 건 희망사항일 뿐이다. 지성사회를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어디서든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겠지만, 문제는 고용주들은 당연한 상식도 차차 배워가기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성인이 되는 길은 반드시 ‘대학 지식인’을 거쳐야 하는 게 아니다.

본인의 형편이나 타고난 적성 때문에 일찍 직업세계로 뛰어든 사람은 캘큘러스, 경제학개론을 안 배웠어도 오랜 경험 끝에 지혜를 얻으면서 지성인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한국은 대학지식인의 수요와 공급이 크게 어긋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오랜 과제를 이제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경로로 지성인이 되는 길이 사회 체제 내에 너무나 부족하다.

너도나도 무조건 ‘학사 자격증 보유자’가 되려는 것보다 더 저마다의 경로를 통해 높은 차원의 지성인을 지향하는 사회가 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대졸 실업자가 주요 수출품이 됐다’는 외신이 나오는데도 무조건 대학만 보내자는 부모들 때문에 의원들마다 지역구에 대학을 세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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