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이 지속되면 조양호 회장 생전의 비판이 옳았다는 방증이 될 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진그룹의 후계구도가 공정거래위원회 덕택에 한 고비를 넘긴 모양이 됐다.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유력해보였던 이 그룹은 갑자기 새 총수 지정 절차와 관련해 혼선을 빚어 무수한 추측을 만들어냈다.

공정위가 15일 조원태 회장을 새로운 ‘동일인’으로 직권지정하면서 ‘어떻든 대세는 조원태’임을 확인한 모양이 됐다.
 

▲ 조원태 한진그룹 신임 회장. /사진=뉴시스.


한진그룹은 최근 일부 계열사의 경영위기에다 총수일가의 연이은 추태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조양호 회장이 돌연 타계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진그룹과 경영권 대결을 펼친 행동주의 펀드는 국내자본이다. 작고한 전 회장에 대한 추모분위기 속에 지나친 이해대립을 자제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오히려 경박한 몇몇 정치인들이 남의 집 어른 상사를 자기 정치싸움으로 억지로 끌어들이는 추태를 보였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일가 내부에서 뭔가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듯한 얘기가 나온다면, 비록 한 주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국가 중요기업이 잘 되기를 바라는 국민으로서 이만저만 걱정되는 일이 아니다.

예전의 고사를 다소 무리해서 비교를 한다면, 중국 춘추시대 제환공의 일까지 떠올리게 된다.

제환공은 연이은 정변으로 혼란했던 제나라를 부국강병하게 만들어 춘추시대 5패의 첫 번째가 된 사람이다. 생전에는 이렇게 위세가 천하에 가득했지만, 그가 죽자 아들들이 후계 임금 자리를 놓고 저마다 군대를 이끌고 대궐로 쳐들어와 전각을 하나씩 차지하고 대치했다. 이 바람에 제환공의 장례를 치르지 못해 생전 천하의 맹주였던 사람의 시신이 부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들들의 한심한 군위 각축의 댓가로 제나라는 맹주의 자리를 진나라에 내줬고, 다시는 이 지위를 되찾지 못했다.

지금 한진그룹의 총수일가는 최근 몇 년 동안 끊임없는 물의를 일으켰다.

공정위의 동일인 지정요구에 답신을 미뤄가며 고민한 대안이 과연 누구를 염두에 둔 것인지 대단히 궁금한 일이다.

어떻든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해답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고 있는 인물 말고 달리 염두에 둔 사람이 있다면 그게 과연 누구인가.

저마다 사회면을 크게 장식해 상처를 입은 사람 말고는 떠오르는 이가 없다.

지금처럼 수습이 절실한 시기에는 이런저런 다툼을 내려놓고 한마음으로 급한 일부터 수습하는 것이 사람의 상식일 것이다. 재벌일가가 워낙 특수한 사람들이어서 이같은 여염의 상정 또한 적용이 안되는 지는 모르겠다.

한진그룹의 총수일가는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조양호 회장이 타계한 지금에도 소란한 일들이 지속된다면, 조 회장 생전 유독 한진그룹을 강하게 비판하고 경영권에 도전했던 사람들이 정말로 옳았다는 방증이 된다는 것이다.

선친의 영전에서 마음을 하나로 모아 큰 지혜를 얻게 되기 바란다. 부모는 돌아가실 때 커다란 지혜를 깨닫게 하는 마지막 선물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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