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일자리는 오히려 더 줄겠지만, 달리 따져볼 점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임금 주장이 제기됐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국정을 총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한 것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이 정치적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의 일상처럼 다른 뉴스들에 밀려 이제는 아무도 이 논란에 매달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발상이 담고 있는 ‘포퓰리즘적’ 속성 때문에 시중의 그 누군가가 또 이런 주장을 꺼낼 개연성은 여전하다.

무조건 상대정파의 주장이니까 반대한다는 식의 정치몰입 태도에서 벗어나 이 논란과 관련된 한국의 현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런 발상이 현실이 됐을 때 실제로 벌어질 일들을 따져봤다.

현재 EB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의 가족 만남을 소개한다. 고국에서 호텔 요리사 또는 교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의 공장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외국인 임금을 차별하면 이들의 일자리는 더더욱 외국인 독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TV 프로그램 '아빠찾아 3만리'에서 캄보디아 출신 남성이 공장 작업중 아픈 무릎을 쉬고 있다. /사진=EBS 화면캡쳐.
TV 프로그램 '아빠찾아 3만리'에서 캄보디아 출신 남성이 공장 작업중 아픈 무릎을 쉬고 있다. /사진=EBS 화면캡쳐.


이 방법은 산업현장의 사업자들에게 대놓고 외국인 임금은 더욱 저렴하다고 확인하는 결과가 된다. 현실에서는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례가 빈발하는데, 내외국인의 임금격차가 법으로 확인되면 현장의 외국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더 국수주의적 발상으로 외국인 임금을 지금보다 끌어내린다 해도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외국인 고용은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발생한 현상이다. 법에서 정한 것보다 웃돈을 준다 해도 내국인 인건비보다 저렴하니 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만약 이걸 단속으로 근절할 만큼 법령이 철저하다면, 애초부터 외국인 불법고용 사례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임금을 차별적으로 낮추게 되면, 내국인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사장 입장에서는 한국인을 쓰면서 임금을 더 줘야 할 아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 다음 생각할 문제는 첫 번째 상황에 대한 일종의 반론 성격도 갖고 있다.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임금이 더 높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이런 데 가서 일을 할 것이냐다.

사회는 필요한 모든 부문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하는데, 지금 한국사회는 산업 최일선의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데서 일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없어서다.

1980년대 군대에서 소대원 40명 가운데 전문대 재학이상의 학력 소유자는 세 명 가량에 불과했다. 지금은 대학 안다니는 사람이 드물다.

이렇게 고학력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니 일자리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졌다. 기대에 못 미치는 일자리는 가서 일할 생각을 안 하고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 가끔씩 취업사이트를 찾아본다.

이들을 대학 졸업 후까지 부양하고 있는 부모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비싼 등록금 내가며 대학졸업까지 시켰는데, 애가 공장 나가서 일 할 거면 차라리 내가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력 공급의 균형을 잃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귀천의식도 여전하다. 조선시대의 사농공상과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명함의 직장을 자신의 존엄성 척도로 여기는 현상은 별로 덜 하지 않다.

구하기 힘든 숙련공이라면, 정해진 시간 근무 후 퇴근 때나 주말 멋진 차를 타고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회가 가능해야 하는데, 정말로 이런 사례가 있다면 사장이 회사 돈을 헛된 데 쓴다는 눈총이 쏟아지기 쉽다. 아직은 더 뛰어난 일꾼들로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별로 없다.

굳이 공장 일선의 형편뿐만 아니다. 학력 높은 사람들의 직업세계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윤이 생명이어야 할 대기업도 생산생과 경쟁력보다 말썽 안 일으킬 ‘예스맨’이 오래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회장을 대신해 ‘완장질’도 하고 있다. 그 등쌀에 진짜 인재가 떠나서 자기 회사를 차리거나 외국계 회사로 이직한다.

외국인 임금차별을 정치적으로 한번 꺼내 본 얘기 이상으로 득실을 따져본다면 한국 사회의 이런 속성들까지 파헤치게 된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