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중국의 교훈 '부드러운 것만이 강한 것을 물리친다'를 잊지 말아야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참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최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홍콩의 민주주의 요구 시위다.

10분 만에 홍콩에 진입할 수 있는 중국군의 동향이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시위로 인한 홍콩의 혼란은 지금의 중국경제에 크나큰 손실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아시아최대 금융시장인 홍콩의 존재는 중국에게 대단히 든든한 원군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직후, 중국은 홍콩 금융시장에서의 채권발행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위안화가치 급락을 방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혼란이 지속된다면 홍콩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시위가 자체의 역동성을 더해 중국이 '하나의 중국' '일국양제' 원칙에 따른 금기를 넘어서는 조짐이 더해가고 있다.

홍콩의 입법원에 이어 홍콩의 공항이 시위대에 점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와 같은 거센 민주화시위는 홍콩 역사에서 10년이 되지 않는다. 폭압통치와 수 십 년 맞서 싸운 경험을 가진 나라에서는 시민들이 자칫하면 정권이 극단적 진압을 하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제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한다. 현재 홍콩에서는 이런 움직임보다는 이번 기회에 끝장을 내자는 결연한 분위기가 더해 가고 있다. 또 한편으로, 배후가 불분명한 시위반대 세력들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해 시위대를 더욱 자극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군 투입을 위한 명분이 더 축적되고 있다는 분위기도 나타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국은 절대적으로 군 투입만은 자제해야 됨을 강조한다.

홍콩 센트럴 환전소 앞. /사진=AP, 뉴시스.
홍콩 센트럴 환전소 앞. /사진=AP, 뉴시스.

군을 투입해, 일시적으로 홍콩 금융시장은 안정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중국이 40년 가까이 쌓아올린 개혁개방의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될 위험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관세공격을 지지하는 세계 여론도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아무 것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해야 되느냐. 중국 지도부는 권위의 손상, 불안정한 민심의 확산을 우려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철저히 인내심을 발휘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았을 때의 이익도 내다봐야 할 때다.

우선, 홍콩의 시위는 1989년 천안문사태와 달리 중국본토로 민주화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시위로 인해 중국 내 민심은 덩달아 민주주의 요구에 나서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더 크다. 홍콩의 독립은 안된다는 것으로 중국 내 여론이 모여 있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는다고 해서 본토까지 뒤숭숭해질 여지가 이번에는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홍콩역사는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말 제국주의 침략자들이 중국인들에게 아편을 팔아대기 위한 범죄수단으로 전쟁을 벌인 일도 거론된다. 중국내 민심은 홍콩시위의 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 진압만 없다면, 중국인들은 이 문제를 '하나의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만 간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군이 즉각 투입돼야 할 당장의 필요성도 별로 크지 않다.

당장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는 문제는 있지만, 세계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력이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중국 중앙정부가 1989년 천안문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데서 오는 중국의 이익은 숫자로 헤아리기도 불가능하다.

중국에 대해 냉소적 태도로 일관하는 서방의 논객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만약 중국군이 작은 규모라도 진입한 사례를 남기게 된다면, 홍콩은 지금까지의 홍콩과 매우 달라질 것이다. 전 세계적인 금융시장들은 한 결 같이 정치적 자유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것을 중국은 지금까지 '일국양제'라는 방법으로 유지해 왔다.

만약 중국군이 투입된다면, 모든 기본전제가 무너진다. 홍콩의 전통적 금융기능이 절실할 때, 이 곳의 금융시장은 예전의 힘을 잃고 만다.

중국의 오랜 가르침에 '부드러운 것만이 강한 것을 물리친다'는 교훈이 있다.

홍콩의 질서회복은 점차 안정을 희망하는 여론이 우세해지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정답이다. 홍콩 시민들에게 이번의 분명한 의사표시로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면, 그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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