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스마트폰이 없었다. 회사에 두고 왔을 거라 여겼다.

동행한 사람 전화로 걸어보긴 하는데 모두 퇴근한 회사에서 아무도 안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여성이 "여보세요"라고 응답했다. 택시에 두고 내렸던 것이다.

이분이 있는 곳으로 찾아 가겠다 했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친구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이분들이 그때까지 주문한 5만 원 안되는 비용을 대신 계산해 주니 매우 고마워했다. 사실은 산 지 몇 달밖에 안 된 스마트폰을 다시 찾은 사람이 훨씬 더 고마운 입장이었다.

다행히 전화기를 돌려받고 나니 앞으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살펴보니까 택시에 앉아있는 상태에서 전화기가 윗도리 주머니에서 저절로 빠져나갔던 것이다. 예전 전화기에서는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앞선 전화기를 5년 간 쓰면서 '최신 제품을 사서 오래 쓰자'는 원칙을 갖게 됐다. 이번에는 5G가 가능한 유일한 제품을 고르다보니 예전에 많이 쓰던 업무용 수첩만한 크기의 전화기를 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설마 전화기가 주머니에서 빠지기야 하겠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전화기를 호주머니가 아니라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로 했다. 이게 가을부터 봄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전화기가 워낙 무겁다보니 옷이 얇아지는 봄가을에는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언젠가 야채를 사러갔는데 야채가게 할머니가 거스름돈 4000원을 모두 500원 동전으로 내준 적이 있다. 그 때도 추리닝 바지가 동전때문에 한쪽으로 기우뚱 했는데 앞으로는 전화기 넣는 윗도리도 비슷한 쏠림이 일어나게 생겼다.

약 0.2 킬로그램의 무게를 갖고 있는 갤럭시 노트10 플러스는 누워서 쓰다가 얼굴에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약 0.2 킬로그램의 무게를 갖고 있는 갤럭시 노트10 플러스는 누워서 쓰다가 얼굴에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문제는 여름이다. 반팔 셔츠 차림으로 다닐 때가 많은데 1960년대 고가 트랜지스터 라디오 같은 이 물건을 어떻게 들고 다닌단 말인가. 진심으로 끈으로 묶어서 차고 다닐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많아지던 터에 눈길을 끄는 새로운 제품이 나타났다. 물론 지금 전화기를 전혀 바꿀 수 없는 형편이므로 그림의 떡이다.

2000년대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고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모토로라 레이저다. 위아래로 접히는 형태여서 주머니 속에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모토로라의 주인은 이제 중국회사 레노보로 바뀌었지만 약 20년 전 위엄찬 소리와 함께 위아래로 딱 접히던 전화기의 기억은 생생하다.

당초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새로 나오는 이 제품이 삼성전자의 두 번째 갤럭시 폴드를 시기적으로 살짝 앞설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외신들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예상 밖의 수요로 인해" 레이저의 공급을 다소 늦추기로 했다. 갤럭시 폴드 2에 대한 시간적 우위가 감퇴하게 됐다.

포브스는 최근 기사에서 모토로라의 이같은 결정은 삼성의 갤럭시 폴드 2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상당히 값비싼 희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브스의 기사 작성자는 모토롤라 레이저의 배터리가 6.2 인치 스크린을 충분한 시간 쓰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으며 카메라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작동시간과 카메라는 모두 삼성전자가 줄곧 앞서는 분야이며 삼성의 상대적 우위가 근소하다고 해도 모든 면에서 모토로라를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스마트폰 산업이 그만큼 혹독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모토로라의 당초 12월26일 발매 예정은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 2의 2월 발매를 의식했던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따르면 모토로라 레이저는 아담한 몸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대신 일부 기능의 축소가 예상되며 그마저도 등장시기가 다소나마 늦춰지고 있다.

무거운 전화기를 짊어지는 고통을 덜어낼 길이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5G시대 초창기에는 한동안 잊었던 교훈을 되새길 수밖에 없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얼굴에 떨어뜨리는 일은 절대 없도록 손힘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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