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금융시장도 시민의식으로 반등할 수 있다

중국으로 보내는 의료 구호품이 인천 국제공항에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으로 보내는 의료 구호품이 인천 국제공항에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중국 우한지대에서 철수하는 한국 교민들의 수용지를 정해야 할 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수용 예정지로 알려진 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불안심리가 만연된 상태에서 극히 일부의 과도한 표현이 과장된 것으로 믿고자 한다. 어려운 때를 맞아 함께 도우며 극복해 온 한국인들 본연의 마음이 절대로 아니다.

섣부른 얘기만 보고 현지주민들을 비난하려고 한다면 우선 "교민 수용지를 당신 동네로 하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나"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다.

만약 국민들이 국가에서 정한 예방과 보건지침을 신뢰한다면 안심하고 어려운 사정에 처한 재외 교민들을 돕는 일을 기꺼이 맡을 것이다. 조금씩 곤란을 나눠짊으로써 이 어려움이 지나간 뒤에 고난을 함께 극복한 위대한 이웃으로 길이길이 전해지는 것은 참으로 영광된 일이다.

이렇게 시민사회의 지성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현재 불안심리가 확대된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다.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시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것은 국민들이 국가 시스템을 충분히 신뢰하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불행하게도 5년 전 다른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한국에서도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것은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이게 나라냐'라는 비판은 정치적 계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도 안되고 있다는 국민적 불신에 뿌리를 두고 있던 것이다.

이제 과연 국가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 줄 차례다. 이런 것은 오로지 전염병 확산 위기를 잘 넘겼다는 결과로써만이 보여 줄 수 있다. 전염병 유행의 초기 단계에서 지금은 예전보다 이런 걸 잘했다 저런 걸 못했다 말다툼을 벌이는 것이 제일 쓸데없는 일이다.

태평한 때보다 다소 수고스럽더라도 정부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보건 예방수칙을 충실히 따르면 내 건강도 지키고 이웃도 도울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런 시기에 결정적으로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은 병균보다도 근거 없는 불안 심리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족쇄가 될 과도한 혐오 행위를 시민사회의 지성으로 통제해야 한다.

유행병은 한 때 기승을 부리다 사라지지만 고난에 빠진 이웃의 마음에 못을 박은 기억은 백년 200년을 이어간다.

이제는 좀 극단적인 사례로 받아들여지겠지만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벌이는 중에도 유독 한국 건설사들만 약속한 공사를 그대로 수행한 것이 지금도 현지에서 친미국가냐 반미국가냐 무관하게 한국에 대한 신뢰로 남아있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는데 당시처럼 위험을 무릅쓰는 그런 무모한 행동은 권장하기커녕 이제는 말리는 것이 마땅하다.

아무튼 국가든 이웃동포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가슴이 찢어지게 못을 박는 행동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갉아먹는 일이다.

한 가지 5년 전보다 시민의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점이 있다. 거리의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5년 전에는 약국에 마스크가 다 팔려 나가 살 수가 없었는데도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무수히 팔려나간 마스크가 다 어디로 갔는 지 모를 일이었다. 아주 상황이 심각해져서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늘어났었다.

시민들의 의식과 행동규범이 상당히 향상됐다면 국가는 향상된 시스템으로 향상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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