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항에 텅 빈 비행기가 내리고 있다"는데

서울 중구 한진빌딩. /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에서 현재 고난을 겪지 않는 산업분야는 거의 없겠지만 특히 항공업은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미국시간) 기사에서 코로나19가 올해 전 세계 항공업 매출액의 630억~1130억 달러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항공업계의 고통은 더하다. 특히 전염병 확산이 심각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으로의 여행,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통제하는 나라가 수두룩하다. 일본의 한국인 입국 규제까지 더해졌다.

한국의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수년 전부터 경영문제와 이른바 CEO리스크에 시달려왔다. 내우외환도 지금 같은 때는 없었다.

거기다 대한항공은 선대 회장이 타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속인들의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형제들 간의 다툼이다.

대개 형제들 싸움이란 것이 그렇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남매다툼 또한 경영외적으로 가족으로 지내오면서 쌓인 감정들이 작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런 감정은 한 번 시작된 싸움에서 더더욱 물러나지 않으려는 승벽의 함정을 가져오기도 쉽다.

뉴욕타임스의 이날 기사 첫 줄은 "버려진 공항에 텅 빈 비행기가 도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제다툼 없고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아닌 미국 상황이 이 정도다. 미국으로의 여행을 막거나 미국인 입국을 막는 나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보다 더한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 항공업계라면, 이 위기를 소모적으로 벌이고 있는 싸움에서 서로서로 물러날 명분으로 삼아야 한다.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내가 더 독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함께 망하는 것이 뻔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여염의 필부들이나 하는 짓이다. 전 세계적 브랜드를 과시하는 대기업의 경영권을 가지고 이래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언어공방을 벌이고 그 와중에 나름의 지지 세력을 강하게 결집시킨 관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싸움이 더 격해진 점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가한 저녁,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 관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싸움의 속성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두 당사자가 함께 서 있는 공동의 발판마저 위협이 되는 지경이라면, 그런 '명분의 관성'을 집어던지기는 지금이 제일 적합한 시점이다.

지금의 상황을 흘려보내고 나서, 나중에 다른 계기로 물러나는 것은 더 참담한 존재의 말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정황으로 보아서는 선대 회장이 생존했던 지난해 주주총회 때처럼 공공기금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며 회사 측을 다그칠만한 분위기도 아니다.

대주주들의 냉정함이 가장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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