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수 부족해도 채권 발행하면 수출 많이 한 한국 등이 매입해줘
한국 국채, 우량해도 활용성 떨어져...국경간 담보 활성화 필요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여세 인하 방침이 미국 주식시장을 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한 건 미국 시장뿐만 아니다. 전 세계 대부분 주식시장이 극심한 불안에서 벗어났다.

국제상품시장의 유가도 폭락에서 벗어났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화환율도 단숨에 1200원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여러 가지 물의를 빚은 정책도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번 급여세 인하 추진만큼은 단 한 방으로 세계의 큰 근심을 씻어냈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런 정책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춰 세계를 모두 구하지는 못해도 한국시장만 지킬 수 있다면 한국도 이를 따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한국이 트럼프 흉내를 낸다고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느냐. 그리고 부작용이 한국에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다.

세금인하의 부작용을 생각해본다면, 모든 세금은 낮아질수록 국가 재정이 부족한 손실을 떠맡게 된다. 세수가 줄면 나라는 빚을 늘리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뉴시스.

미국은 이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채권을 발행하면 된다.

미국 국채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못 사서 안달하는 최고 우량자산이다. 금 다음으로 선호되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수출을 많이 하는 아시아 국가들도 수출해서 열심히 번 돈으로 미국 국채를 더 많이 사려고 기를 쓴다. 수출 잘되는데 왜 한국 국내 경제는 안 좋냐는 10년, 20년 묵은 질문은 이제 여기서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이 미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더라도 이걸 다시 미국 국채로 갖다 바치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무역공세를 펼쳐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아무튼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는 데 있어서 시장의 소화여부를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나라다. 채권을 많이 발행할수록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양적완화나 월별 채권 매입과 같은 정책수단을 더 많이 갖는 효과도 갖는다.

한국도 만약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세금을 낮춰서 세수가 줄게 되면 국가 재정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국채발행을 늘릴 수 있느냐.

2000년대 이전 같으면 "한국 채권을 전 세계에서 누가 믿고 사겠냐"며 간단히 일축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너무나 달라졌다.

미국국채만큼은 아니어도 한국 국채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우량채권이다.

그러나 여전히 "누가 사겠냐"는 문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믿고 사겠냐"에서 "믿고"가 빠진 것은 믿을 만은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채권을 사서 쓸 데가 별로 없다.

국제금융시장의 채권투자자들은 미국국채를 사더라도 국채의 높은 신용을 바탕으로 이를 필요한 곳에 유동화 시킬 수 있다. 은행에 가져가면 아주 좋은 담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국채는 국경만 벗어나면 담보로 쓸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 국내 제도의 장벽이 주된 원인이다.

그래서 여전히 "한국 국채를 사서 어디에 쓰겠냐"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신용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샀을 때는 '관상용' 또는 '보관용'이 될 뿐이다.

우량성이 뛰어난 한국 국채의 담보활용도가 높아진다면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가 더욱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 이해를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게 안되니 일단 우리부터 수출해서 번 돈을 다시 미국으로 들고 가 그곳 우량자산을 사는 데 매달릴 수밖에 없다.

수출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안되는 까닭이기도 하고, 정부가 보다 더 탄력적으로 재정정책을 쓰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 국채의 활용성을 높이는 국경간 담보 활성화가 이래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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