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속에 되찾은 형제"의 약속 이행을 사회관계망으로 서로 확인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송파의 A씨는 미국에 유학중이던 아들이 6일 전 집으로 돌아왔다. 자가 격리를 해야 하지만 집안에서 아들은 '자방 격리'도 해야 한다. 그러나 밥 먹는 것부터 설거지까지 아들이 완전히 가족들과 격리돼 혼자서 다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엄마인 A씨가 '동반 격리'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여러 날 불안 속에 지내다 어렵게 비행기 표를 구해 돌아온 아들과 함께 하루 종일 꼬박 붙어서 지내는 하루는 아침 체온을 측정해 질병대책본부에 보고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A씨는 점심, 저녁은 또 무얼 해먹나 고민까지 포함해 오랜만에 아들과 둘이 보내는 모든 일들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그의 격리생활 공개는 2주 동안의 차단 약속을 확인하는 길이기도 하다.

금융당국 간부인 B씨는 독실한 신앙인이다. 선배의 권유로 시작한 신앙생활이 삶의 중심축이 됐다. 주말예배시간이면 그는 TV 앞에 경건하게 앉아 교회의 예배 생중계를 경청한다. 그의 아내는 스스로를 "날탕 교인"이라고 자처하지만 남편의 독실한 모습을 통해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들이 많다. 아내는 TV 앞에서 펜을 쥐고 예배에 동참한 남편의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지인들과 공유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8일 인류를 위한 특별 기도와 축복을 주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8일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을 바라보며 강론하고 있다. /사진=CPBC 생중계 화면캡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8일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을 바라보며 강론하고 있다. /사진=CPBC 생중계 화면캡쳐.

평소 교황의 말씀을 직접 들으려는 인파로 가득했을 성 베드로 광장은 텅 비어 있었다. 광장 한복판 제단에서 교황은 "돌풍은 거짓되고 과장된 자신감이 민낯을 드러내게 한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삶과 공동체에 양분을 주고, 지탱하고, 힘을 주는 것을 잠들어버리게 놓아두었는지 증명한다"며 "겉으로만 '구원하는' 습관들로 무감각하게 만들려는 저 온갖 시도들은, 역경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면역성을 우리에게서 없애버린다"고 강론했다.

교황은 "돌풍이 불면, 언제나 자기 자신만을 걱정하는 우리 '자아'에 가면을 씌우던 저 상투적인 화장이 지워지고 빠져나갈 수 없는, 그 복된 공동의 소속감이, 형제로써의 소속감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광장에 홀로 선 사진에 대해 사람들은 "말로써 모든 것을 다 담아낼 수 없는 모습"이라고 평한다.

텅 빈 광장에 홀로 선 교황의 모습은 아들과 함께 격리를 자처한 엄마, 교회를 가지 못하는 주말 더욱 경건한 자세를 갖춘 교인의 크고 작은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사회관계망을 통해 공유하면서 서로의 약속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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