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한의 투명성 보장이 가장 시급한 해결책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과의 우호를 강화하자던 친중파들이 설 자리를 크게 잃었다.

각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중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취하려다가는 민심의 반발을 초래해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러한 시기에 평소 중국과의 우호를 가장 중시해야 된다고 주장해 온 친중 성향 인사들은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줄었고, 섣불리 얘기를 꺼냈다가 대중의 반발만 초래할 것을 걱정한다.

지난 1월24일 뉴욕증시가 오르고 다음날 아시아증시도 호전됐지만 이게 결과적으로 아주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됐다. 이 때 증시호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아직 세계적 비상상황은 아니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었다.

이 과정이 지금 세계적인 비판을 사고 있다. 중국이 WHO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체면 차리는 데만 급급했지 인류의 안전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가 중국에 편향된 자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미국의 지원금 철회를 발표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에 대해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이 전염병 창궐의 피해를 배상하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배상을 의무화하게 할 만큼의 과학적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또한 국제 정세에서 세계2위 대국을 이렇게 궁지로 모는 것은 또 다른 정세불안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각국의 입장 조율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세계인의 중국을 보는 눈이 예전과 전혀 달라졌음은 돌이키기 힘든 사실이다. 중국은 바로 이 점을 매우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자칫하면 40년 개혁개방 정책의 모든 보람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일부거리에서는 중국의 방역 물자와 인력지원에 감사하는 광고판이 서 있다. 그러나 광고판 아래 거리의 분위기도 과연 우호적일까.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국가 사람들이 유럽과 호주 등에서 중국인으로 오인 받아 봉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세계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은 최소한 2008년 장이머우 감독이 베이징 모든 시내를 무대삼아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할 때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상하이 스카이라인에 경탄하기 시작하기도 전인 1990년대로 돌아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예 이보다도 더 시계를 거꾸로 돌린 4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 때는 문화혁명을 벌였던 사람들이 통치하던 시절이 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중국이 '죽의 장막'을 걷어내기 이전의 시대다. 이때는 세계가 중국을 어떻게 보든 중국이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너무나 달라졌다. 40년 동안 교조적인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놀라운 번영을 누린 기억을 두고 대나무 장막 안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아마 중국국민들이 절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과 세계1위 대국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다. 패권이란 것이 절대로 군사력 같은 압력이 아니라 덕을 기초로 한 믿음에서만이 얻을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가장 크게 입증한 나라가 중국이다.

각국 정부의 외교적 표현이 어찌됐든 현재 세계인의 중국에 대한 신뢰는 매우 크게 저하돼 있다.

이러한 때에 중국 최고부호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막대한 자선활동이 가뭄 속 단비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 회장에서 물러난 상태인 그는 150개 이상의 국가에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뉴시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사진=뉴시스.

BBC에 따르면, 그의 이와 같은 구호활동은 중국의 외교방침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를테면 대만과 수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그의 구호품을 받은 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다. 이것은 시급한 구호활동이 국가방침과의 마찰로 차질 빚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마윈 한 사람의 선행으로 떨어진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는 없다. 중국의 국가적 만회 노력이 더해져야 개인의 선행이 두 배 세 배 이상의 효과를 더 낼 수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전 문혁시대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닌 이상, 반드시 이번에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이 세계에 대해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중국 내부체제야 외부에서 뭐라고 간섭할 일이 아니지만, 세계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세계기준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게 협력해야 될 것이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최대한의 정보협조다. 어찌됐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서운 전염력을 갖추고 인류를 위협하게 된 것은 중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초기 확산 과정에서 불투명한 정책으로 중국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재난을 초래했다면 극복하는 과정에서만큼은 투명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그것이 중국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마윈의 자비로운 구호품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투명성이다. 지금보다 상황이 훨씬 나아져 세계인들이 중국을 1위 대국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때 묻게 되는 가장 큰 질문 역시 투명성의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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