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의 불철주야 노력, 국민들에게 억울하지 않은 평가를 받으려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이틀 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열린우리당 때의 아픔을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의 전신으로 노무현 대통령 집권 때의 당명이다. 2004년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었다.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건 1960년 4.19 혁명으로 집권한 제2공화국 이후 처음이었다.

이 대표가 이 때 일을 거론한 것은 국민대다수의 정서를 소홀히 하고 무조건 개혁만 밀어붙이다가 2007년 대통령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교훈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정책 면에서 열린우리당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놀라운 데가 있었다.

한 해전에는 중국의 사스 전염병 확산과 한국의 신용카드 사태 충격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였지만 2004년에는 5.2%로 당시의 잠재성장률을 넘었다. 이후 성장률은 2005년 4.3%, 2006년 5.3%, 2007년 5.8%를 유지하며 임기를 마쳤다. 2008년의 금융위기에 따른 기저효과를 누린 2010년을 제외하고 한국 경제는 여태 2004~2007년의 성장률을 다시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경제정책의 더 중요한 결실은 주식시장에 있다. 국제 투자자들이 근본적 의구심을 안고 있던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개선작업과 함께 국내 자본의 투자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동시에 이뤄졌다. 수 십 년 동안 어쩌다 한번 1000을 맛보고 나면 300으로 추락하다가 500~600선을 유지하던 종합주가지수가 연일 새로운 경지로 들어섰다. 지금의 코스피 2000을 이룩한 것이 2006~2007년의 일이다.

숫자로 드러나는 경제가 이와 같았지만 당시 국민들의 체감경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과 비판성향 언론들은 "경제는 어쩔 것인가"라는 비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 당시 열린우리당과 지지자들의 특징은 비판을 도저히 참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듣는 사람 누구나 불순한 의도로 아무 영향력 없는 비판으로 넘겨버리기 충분한 것도 여당 내 주류 의원들을 포함한 강성 지지층들이 우호적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맹렬한 반론을 퍼부었다.

이것이 정도가 지나쳐 여당의원이나 지금까지 우호적이었다고 알려진 논객 중 일부가 상대적으로 온건하거나 중도적인 발언을 하면 "커밍아웃했다"며 걷잡을 수 없는 비난을 퍼부었다.

국민들의 눈에 크게 들어온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집권당 강성지지층의 '순혈주의 집착'이었다. 국민들이란 본시 정책이 순조롭게 잘 수행되면 그걸 느끼지 못한다. 국민의 본분은 위정자들에게 나랏일을 맡기고 자신의 생업에 전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길이 정치에 집중된다면 그건 무슨 소란한 일이 있는 것이다.

150석을 간신히 넘긴 의석은 몇몇 의원들의 당선 무효로 오래 안가 140석 대로 줄었다. 이어지는 보궐선거는 열린우리당의 패배가 연속됐다. 보궐선거 연패는 2008년 총선에서 81석으로 참패하게 될 운명의 예고편이었다.

이해찬 대표가 총선 압승 이틀 후 이 때 교훈을 되새긴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예방주사였다. 그 무렵 몇몇 당선자들의 들뜬 언동이 나왔던 터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왼쪽부터 이해찬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한참 많은 정책을 수행할 당시의 국무총리다. 정치인으로서 그가 자극적인 발언으로 정쟁을 마다않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상'으로서의 이 총리는 또 다른 데가 있었다. 그는 국정에 관한 한 숫자에 대단히 밝았다.

숫자에 밝다는 것은 정책 하나하나에 대해 실제 효과를 세밀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열린우리당 경제정책이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은 실적을 낸 것에는 이 총리의 숫자파악 능력이 무시 못 할 역할을 했다. 국회에서 그는 같은 당 의원의 호남 고속철 요구에 대해 민망할 정도로 무안을 주는 답변을 한 적도 있다. 그가 파악한 바로는 충분한 '숫자'가 나오지 않는 고속철도 사업이었던 것이다.

당시 국무총리로서 일을 했던 이 대표이므로 불필요한 정쟁이 정책의 발목까지 잡은 일에 대 깊은 소회가 없을 수가 없다. 그것을 이 대표가 지난 4월17일 후배정치인들에게 강조했던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열린우리당보다도 더 많은 의석을 가진 집권당이 됐다. 이번에는 진짜로 소신껏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갖게 됐다.

이런 마당에 16년 전의 쓰라린 경험을 물러나는 대표가 언급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보약이 분명했다.

한 달 보름이 지나 드디어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금, 과연 민주당은 이 대표가 강조한 교훈을 얼마나 가슴에 새기고 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앞선 국회에서 당론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가 민주당 내에서 있었다고 한다. 징계의 정도를 떠나 쉽게 눈길을 거두기 어려운 뉴스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다. 개별 입법기관이 입법부에서 행한 의정활동은 헌법의 영역이다. 이것을 일개 정당의 당규로 규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

이 이치를 민주당에서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헌법학개론 제1장만 읽어도 알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치에 어긋난 것이 명백한 일을 하고 있다.

혹시라도, 또 다시 16년 전처럼 조그만 비판이라도 한 번 나오면 발끈해서 집권당의 당력을 동원해 반박에 나서던 그런 기질이 다시 발동한 건 아닌지. 그래서 누군가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일부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커진 것인지 그게 우려되는 점이다.

최근 몇몇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건 사실이다. 이런 때 "왜 우리만 집중해서 감시하나"라는 원망이 드는 건 인지상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원망 때문에 거대정당의 대인스럽고 대승적인 기품을 잃어버린다면 이것이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반복하는 것이 될 우려도 있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 한국이 이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을 모든 나라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에 모범적인 미래를 제시해야 할 사명까지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 집권당이 마음껏 정책을 펼 수 있는 토대를 갖춘 건 정파를 떠난 국민의 입장에서 다행한 일이면서 집권당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질 일이다. 전 세계가 겪은 적 없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우리가 앞장서 타개하려면 폭 넓은 전문가의 의견까지 그 옳고 그름을 따져가며 들어야 할 때다.

비판 가운데 정말 말 같지도 않은 비판은 국민들이 특유의 저력으로 이를 걸러준다. 대다수 국민이 무시한단 얘기다.

받아들여야 할 비판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인데 만약 그걸 받아들이기 싫다면 더 큰 정책을 잘 펼쳐나가서 그보다 사소한 일은 눈길이 안 가게 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정치는 후자를 선택할 때가 더 많다. 그게 성공하려면 일의 크고 작음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사소한 일에도 발끈했던 예전의 습성을 떨쳐버리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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