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대한 세계적 관심의 핵심은 한국의 '시장 규율'이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의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모든 것들이 세계적으로 정말 많은 관심을 끈다. 세계적 기업이기 때문에 당연한 관심도 있지만, 기존 선진국들이 신흥국인 한국의 기업을 경계하는 심리도 있다. (한국이 여전히 신흥국시장에 포함되고 있음은 외환시장의 원화가치 움직임이 보여준다.)

이유야 어떻든 삼성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숙명적인 것이다. 피할 길이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그렇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시비는 여전히 법원과 검찰을 오가며 끝나지 않고 있다. 5년째 논란이 지속되다보니 지긋지긋하다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빨리 결판을 짓자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또 다시 망각하는 것이 있다.

한국 재벌들, 특히 삼성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그 결과뿐만 아니라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국가와 국민경제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할 일도 많고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어려운 때이기 때문에 따지지도 말고 빨리 풀어주자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목이 걸려있다.

그런 세계적 관심의 핵심은 한국에서는 과연 2015년의 두 회사 합병과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질 것이냐다. 만약 이런 합병이 앞으로도 아무 문제없이 일어나는 곳이 한국의 금융시장이라면, 지금 이 어려운 시기에도 2000을 훌쩍 넘고 있는 한국 코스피 지수는 원점에서부터 심각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재벌 총수 한 사람을 사법처리하느냐 마느냐는 재벌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난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중요한 건 한국이 과연 얼마나 시장의 규율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국가인가다.

법원에서 한 차례 5년 형이 선고됐다가 1년 후에는 집행유예라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법원 판단의 격차가 크니 그에 따른 후속 절차가 더욱 세심하게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전 세계가 홍콩, 코로나19 뉴스에 집중하고 있어도 특히 삼성에 대한 소식은 언제든 주요 외신의 헤드라인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삼성에 대한 관심의 행간에는 한국의 시장규율을 평생 의심만 하고 있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터들'의 눈초리가 잔뜩 깔려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 확산에 시달리고 있어서 주요 기업에 대한 사법처리의 득과 실이 사법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이것은 향후 3년~5년의 경제가 걸려있는 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부회장이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시에 5년 전 문제가 됐던 그런 합병이 이제 한국에서 다시는 없을 것이란 확신을 줘야 하는 문제는 최소 5년~10년의 경제가 걸린 명제다.

사법당국과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을 심판하는데 있어서 법리에 따른 판단에 주력할 것이다. 국가적으로는 이 심판을 통해 한국이 어떤 것을 전 세계에 확신시킬 것인지를 주목해야 한다.

어떻든, 이제 지겨우니 빨리 모든 것을 끝내자는 것은 법리와도 무관한 것이고 한국 경제의 근본현안에 대해 전혀 책임감을 느끼는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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