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 심화...대한민국 일꾼들 어깨가 무겁다
부채-디플레 관리 잘못하면 '장기불황' 우려 부각될 수도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이 글을 쓰는 오늘은 2020년 10월 5일. 직장인들에겐 추석 연휴 뒤 첫 출근하는 날이다. 많은 국민이 이번 추석엔 고향 다녀오는 일을 생략했다. 산소의 벌초는 대행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었다. 기자도 코로나19 여파 속에 닷새라는 긴 연휴를 서울에서 보냈다. 고향에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대신 우리 삶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    

약 60년 전, 기자가 태어난 충남 보령에선 많은 사람이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했다. 그래도 슬프지 않았다. 자식 하나만 잘 키우면 나중에 집안이 일어날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 열심히 일하거나 공부해 성공하는 사람에겐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런 칭찬을 받는 사람이 많았다.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기도 했다. 비록 가난했어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기회가 열려있는 세상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개천에서 용 나기가 힘든 세상이 됐다. 아빠찬스, 엄마찬스라는 말이 공분속의 유행어가 됐다. 불공정 논란도 늘었다. 가진 사람이 더 많이 갖는 세상이 됐다. '빈익빈부익부'가 더 심화한다. 양극화가 극심해진다.   

5일 오전 여의도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5일 오전 여의도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기자가 대학을 졸업하던 198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지금보다 크게 약했다. 중진국으로 도약하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던 때였다. 일본으로 카메라, 밥솥 사러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일본은 자동차, 전자제품 강국이었고 한국은 초라했다. 하지만 당시의 학생들은 지금처럼 슬프지 않았다. 취직해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았다. 일부 운 좋거나 실력 있는 학생은 대학졸업 때 서너 군데 합격해 놓고 골라서 취직하는 경우도 흔했다. 

그 후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놀랍게 커졌다. 반도체, 조선 부문은 세계 1등이다. TV,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 경쟁력도 세계 톱 수준이다. 자동차 산업도 앞에서 몇 번째 든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많은 학생과 국민은 옛날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지금은 공부를 잘해도 취직 못하는 학생이 많다. 엄마찬스, 아빠찬스에 밀리는 학생도 생긴다.  

과거 우리는 산아제한을 해야 할 만큼 많은 인구가 태어났다. 자녀를 많이 둬도 세상이 다  받아줄 것처럼 여겨졌다. 자기 팔자 자기가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출산의 고민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출산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자녀를 낳아 키우기가 겁나는 세상이 됐다. 일자리가 없어 취직하기도 어려운데 결혼이며 출산은 많은 젊은이에게 큰 도전처럼 되었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가격이 66주 연속 올랐다는 암울한 뉴스는 결혼,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한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의 상황이 이렇듯 매우 불투명하다. 경제 디지털화 가속, 포스트 코로나 격변, 인구절벽과 고령화 가속, 주요 경제정책 논란 속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이슈는 국가, 기업과 가계부문의 (잠재)부실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이다. 가계 부채가 1600조원으로 2000조원을 향해 달려간다. 기업부채도 1118조원으로 위협적이다. 국가부채와 공공기관 부채를 합하면 2200조원에 이른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빚 갚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초저금리상황에서 이제는 부채규모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향후 금리가 조금만 오르거나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당장의 문제발생을 방지하려했던 정책적 노력들은 오히려 큰 부담으로 나타날 우려도 있다.

많은 취약기업과 가계부문의 채무상환능력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그동안 유일하게 건전했던 정부부문마저 2020년에만 무려 4차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 속에 걱정의 대상이 됐다. 부채규모자체는 논외로 치더라도 부채증가속도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에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전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만기구조를 감안했을 때 상환부담을 잘못 관리하면 금리급등으로 가계와 기업부문의 부실화는 급속도로 심화하고 이는 책임있는 정부로서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부채의 덫'이 부각될 수도 있다. 지금부터 아무리 속도조절 하더라도 기업과 가계경제의 활력이 부활하지 않으면 부채-디플레이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들 우려가 큰 상황이다. 추석 연휴 첫 출근 일부터 대한민국 일꾼들에겐 냉엄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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