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른 새벽에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붐비는 버스와 전철에 몸을 싣고 하루를 시작하는 50~60대 장년층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아 취업 전선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팍팍한 서민들 삶을 반영한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의료기술이 발달해 활동할 수 있는 나이가 늘어나 노동 속에서 삶의 보람과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이른바 은퇴할 나이에도 일과 직업에서 삶의 정체를 확인해 보고 싶은 ‘재취업 장년층’이라는 신인류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아마 마음은 있어도 신체가 따르지 못했기 때문에 육체의 나이를 중시했을 것이다. 그래서 타고난 장수 DNA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다 환갑을 즈음한 때가 되면 인생은 끝난 것이고 모든 것에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인식했다. 자연이 준 나이는 운명이었고 벗어나지 못할 굴레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먹는 음식이 풍부하고(북한은 아니겠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해 엄청난 장수 DNA를 타고 나지 않았어도 조금만 노력을 하고 절제를 한다면 얼마든지 80~90세는 물론 '구구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가는 것)‘을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의학계에서도 인간의 육체는 20~30대에 절정기를 이루지만 정신의 세계는 다소 다르게 50~60대가 절정기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 각각 관장하는 분야가 다른데 50~60대가 되면 좌뇌와 우뇌를 구분하는 칸막이가 약해지면서 뇌의 관장 분야 구분도 모호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한 분야에 집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나 분석력이나 계산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아무래도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

그러나 인간의 정신세계는 육체의 세계와 달리 한 분야에서만 뛰어나다고 우수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그것만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두뇌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전제 아래 좌뇌와 우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그 정신세계는 더 깊어지고 오묘한 맛을 더해 간다는 게 의학계의 주장이다.

좌뇌와 우뇌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그 능력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종합력, 통찰력이 커진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50대 초반에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것이 사실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오랜 시절 생각하고 경험하며 통찰한 세계가 스마트폰이라는 제품 속에 녹아들은 것이다. 유명한 정치가, 예술가, 학자, 철학자, 종교가 등이 50~60대에 꽃을 피우는 것도 어느 정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새벽의 별과 달을 보며 이불을 박차고 달려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그것이 어떤 분야가 됐든 지속적인 사회활동을 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면 육체의 건강은 물론 정신의 건강을 다시 찾는 ‘회춘의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을 하고 싶다.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편한 일만 찾아가거나 세월만 낚는 것이 능사는 아닌 셈이다.

과거에는 최연소, 천재라는 말을 들으면 하늘의 큰 축복을 받은 것처럼 들렸고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요즈음은 최고령, 노익장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만큼 왕성한 삶의 연장이라는 데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한 때문이다.

장년, 노년 세대의 재취업이라는 신인류의 거센 물결을 남의 이야기라고 돌리기보다는 자기의 이야기로 소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