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부 경제환경, 투자환경, 노사정관계도 선진화 해야 할 때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킨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가 상승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UNCTAD가 어떤 곳인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를 지원하고 국제 무역 참여를 돕는 국제기구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경제 격차를 줄이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 놓았다.

반가운 일이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는 한국 수출이 3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경사를 맞았다. 유럽연합 등 주요 경제권도 한국에 축하의 박수를 건넸다.

그러나 정작 지난 3일 한국 경제계의 상황은 평화롭지 못했다. 델타 변이 코로나 확산 위험에도 불구하고 민노총 추산 약 8000명이 서울 종로 일대에서 대규모 도심집회를 강행해 논란이 일었다. 집회 구호 중엔 구조조정 문제, 대기업 사업장에서의 근로자 안전사고 근절 문제 등이 포함됐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격상할 즈음 국내의 많은 근로자는 피켓을 들었다.

부산항 컨테이너. /사진=뉴시스.
부산항 컨테이너. /사진=뉴시스.

한국이 무역강국이 되었지만, 그리고 경제선진국 칭호를 얻었지만, 우리 경제계와 산업계의 내부에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여러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이번 집회는 대변했다.  

재계를 대변하는 경영자총협회의 손경식 회장도 지난달 ILO(국제노동기구) 화상회의에 참석해 노사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한국에선 청년 4명중 1명이 실업 상태에 있다고 했다. 새로 생겨난 일자리마저 임시, 일용직, 단기 일자리가 많다고 했다. 노사 협력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 자동차 회사들의 경우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고용 유지문제, 노사문제가 간단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산업단계로 가는 과정에서의 일자리 급변 문제 또한 한국이 풀어야 할 커다란 숙제다.

그 뿐인가. 올 상반기 한국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이 25%를 웃돌 정도로 편중된 점, 중국 산업과 한국산업 간 일부 공생 속 치열한 생존 경쟁, 미-중 갈등 격화 속 한국 기업들의 아슬아슬한 틈새행보, 최근 한국 4대 그룹의 미국 44조원 투자결정이 말해주 듯 미국의 집요한 자국 투자 요청 및 그로 인한 국내 투자 위축 우려, 한-일관계 악화 지속에 따른 보이지 않는 경제 리스크 등은 팽팽한 노사정 문제와 함께 앞으로 한국 경제계가 해결해 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들이다.

한국이 지속가능한 경제 선진국과 무역 강국의 지위를 이어가려면 노동계, 재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보다 선진적인 노사관계, 규제 완화, 국내 투자환경 개선, 국내 일터 안전 강화 및 새 일자리 창출, 기술 경쟁력 강화, 대외 경제 외교 선진화 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번 UNCTAD의 선진국 지위 인증을 계기로 한국의 노사정 관계와 경제 환경도 한층 선진화하고 성숙시켜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