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선진국 답게, 백신 접종 예약 등에서 국민 울리지 않았으면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서울의 한 재활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장애환자 A씨(1972년 8월 생). 병원 측은 A씨 보호자에게 최근 2차례나 전화를 걸어왔다. 8월 초에 A씨에게 코로나 모더나 백신 접종을 하기로 예약하려는데 동의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환자 측은 당연히 동의했다. A씨 측은, 그렇잖아도 환자의 몸이 크게 불편한 상태에서 코로나19에까지 감염되면 어쩌나하고 늘 걱정 중이었는데 병원 측에서 8월 초엔 모더나 접종을 할 수 있게 예약해 주겠다는 소식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전해오자, 크게 안도했다.

하지만 A씨 측의 이런 안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주에 병원 측은 "A씨에게 8월 초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려 했던 게 불가능해졌다"고 다시 보호자 측에 전해왔다. "A씨의 경우 아직 만 50세가 되지 않아 질병관리당국이 8월 초 접종 불가 대상으로 통보해 왔다"는 것이다. A씨 측은 허탈했다. 차라리 희망이나 주지 말지, 해준다고 했다가 철회하는 것은 또 뭔가. 심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재활병원에서 힘겨운 투병을 하는 환자조차 백신 접종 순위에서 오락가락 뒤로 밀리다니... "이것이 한국 백신 행정의 현주소인가?"하는 원망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최근 한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심상치 않다. 최근 논산훈련소, 해외 파병 중인 청해부대 등 나라 안팎 일부 군부대에서의 코로나 확진자 무더기 발생 등은 한국의 코로나 대책, 방역에 대한 우려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실제로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무려 1454명에 달했다. 13일째 네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일요일 기준 '최다 발생 기록'도 작성했다.

특히 나라를 지키는 중요 조직인 일부 군부대에서의 코로나 무더기 감염 문제는 국가 안위를 걱정스럽게 할 뿐더러 한때 방역 모범국이었던 한국의 철통 방역 상황이 지속되는지를 의심케 한다. 최근 한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세 속에 거리두기 4단계 격상까지 이뤄지자 일부 외신이 이를 긴급 타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족하지만, 그나마 먼저 조달된 코로나 백신이 다급한 곳에 우선 공급되고, 꼭 필요한 곳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원활히 이뤄졌다면, 그나마 걱정이 덜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요즘이다.

거듭 말하지만 일부 군부대와 해외 파견 중인 한국군 부대에서 조차 코로나 집단 감염이 일어날 정도이면, 그리고 병원에 입원 중인 장애 환자에게까지 백신 접종 계획 통보 및 철회가 일어날 정도이면, "이게 코로나 방역 모범국인가?" 하고 강한 의구심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코로나 백신 접종 우선 순위는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이 참에 묻고 싶다.

최근 유엔 UNCTAD는 한국을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려 놓았다. 한때의 백신 늑장 대처 논란은 뒤로하고 코로나 백신 생산국이 아닌 한국에서 순차적인 백신 조달이 이뤄지는 것도 이해한다고 치자. 그래도 경제 선진국 답게, 한국이 소홀히 해서는 안될 조직, 그리고 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백신 소외"를 겪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는 이 글을 쓰는 기자만의 기대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한국의 철통 방역이 후퇴하면 우리의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민들이 더 힘들어진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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