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제트유 가격 2배 올라...델타항공 등 4분기 적자 가능성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최근 고유가로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항공업계의 실적 회복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이번 주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항공사들의 연료비용 상승이 새로운 실적에 대한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행에 대한 규제가 1년 반 동안 계속되면서 여객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미국 에너지조사업체 S&P글로벌플래츠의 데이터에 따르면 제트유 가격은 톤당 약 750달러로 1년 새 2배가 됐다.

미국 델타항공은 코로나19 위기 발생 이후 최근에서야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4분기에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지난주 발표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것이 연료비용 증가다.

이 회사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기름값 상승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실적 관련 설명회에서 밝혔다.

델타 에어라인 항공기. /사진=AP, 뉴시스.
델타 에어라인 항공기. /사진=AP, 뉴시스.

항공사는 통상 원가 상승분을 항공권 인상에 따라 승객에게 전가한다. 하지만 현재 시장 환경이 매우 불투명한 데다 여객 수가 정상 수준을 크게 밑돌아 인상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가격 인하로 시장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더욱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지난해 원유시장의 급락으로 많은 항공사가 연료 헤지(hedge) 계약을 보류했다는 점이다. 그 후의 유가 급등으로 각 회사는 평소보다 기름값 변동 위험에 노출되게 됐다.

저가항공사(LCC)이자 유럽 최대기업인 라이언에어는 2020년도에 필요연료 중 상당량의 가격을 헤지하고 있었으나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3억 유로(약 41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아일랜드 증권사 굿바디의 항공담당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항공사는 지난해 연료 헤지 계약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다. 팬데믹으로 원유 수요가 격감했기 때문에, 각사는 현물가격을 큰 폭으로 웃도는 가격으로 납품 계약을 하게 됐다"라고 이 매체에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후 대부분 항공사가 헤지 계약을 축소하거나 보류하는 바람에 최근 연료의 급격한 상승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수준의 헤지 계약을 계속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영국 저비용항공사인 이지젯은 2022년에 필요한 연료 55%를 톤당 500달러로 고정시켰다. 요한 룬드그렌 이지젯 CEO는 "타사와 비교하면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매체에 제시했다.

하지만 한 유럽 항공사 대표는 헤지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이 매체에 피력했다. 계약에 따라 유가 급등으로부터는 대비할 수 있지만 이후 하락할 경우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국 증권사 HSBC의 항공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10년 단위로 오는 유가의 큰 변동을 흡수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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