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의 심각한 '검사 병목' 이유

 저축은행 비리 사태로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된 이후 금융감독원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강화되면서 일처리가 지나치게 늦어졌기 때문이다. 검사에서 조치까지 무려 299일이나 걸리는 사례까지 나타난 것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검사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한번 검사를 갖다 온 직원은 5일 동안 쉬도록 돼 있다. 품질 관리 차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킬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게 일선 검사담당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그동안 검사인력보다 관리 감독인력 배출에 역점을 둬 온 결과다. 외부에서 검사 인력을 충원했다지만 검사인력 부족사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일부 검사담당 직원과 관련해선 자질 시비까지 일고 있다. 검사에 나가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금융기관 사람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직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 직원을 기분 나쁘게 닥달해가며 위세를 과시하는 사례 등이다. 외부 금융회사에 근무하다 감독원에 입사한 직원 중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필자에게도 이런 제보가 들어와 감독원 고위 관계자에게 해당 사실을 전해줬을 정도다.
 
그러나 검사를 해가고도 조치가 늦어지는 덴 더 큰 원인이 있다. 제재 심의 과정에서 생기는 업무 병목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검사에서 조치까지의 과정에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하다. 감사원 조사가 두려워서인지 조금만 미심쩍은 사안이 생겨도 처리를 미루고 법무실에 해석을 의뢰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그 통에 법무실만 바빠졌다. 업무체증도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검사결과에 대한 해당조치를 즉각 내놓지 못할수록 검사를 받은 일선 금융기관들만 죽을 지경이다. 검사과정에서 잘못한 혐의가 드러나 감독원 직원에게 소위 ‘확인서’를 써준 직원들을 상대로 승진을 시키거나 요직에 배치할 일이라도 생기면 그야말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검사 때 확인서 작성에 참여한 직원이 어떤 징계를 받을 지 금방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확인서를 써준 사안이 괜찮은지 아니면 문제가 되는지는 1년 가까이 지나서야 확인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추궁됐다. 금융감독원 수뇌부는 일선 부서에 검사와 조치를 신속하게 끝내도록 엄명했다. 그러나 해당 부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부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감사원 감사를 의식해 일선에서 몸을 사리는 직원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가 최근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대 징계 현안에 대해선 금융감독원 제재 심의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최종 승인이 이뤄져야 하는데 둘 사이는 계속 나빠져만 가고 있다. 최근엔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 빌딩에서 이사를 나오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급기야 별거에 들어간 것이다. 이래가지고 감독기관이 민원을 조속히 해소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감독기관이 두 집 살림에 들어간 마당에 수뇌부가 하위 직원들을 닦달한다고 업무 프로세스가 원활해 질 것으로 보이는가. 어림없는 얘기다. 금융감독체계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감독기관 스스로 개혁과 회초리를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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