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우리쪽 기자들 빼내 갈거냐고!"... 치열한 경쟁 촌극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에 웃지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두 기관이 서로가 내 편이 되어달라면서 손님 끌어모으기에 나선 것이다. 그 손님은 다름 아닌 기자들이다. 한솥밥을 먹어야 할 두 기관이 별거에 들어간 뒤 자신들을 대변해 줄 출입기자들을 자기편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연인즉 복잡하다. 신문, 방송사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업무 연계성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지난 9월 금융위원회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로 이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두 기관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에서 동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기관의 하는 일 또한 중차대하고 뉴스가 많다보니 금융감독원 기자실은 늘 북새통이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두 기관이 별거에 들어가는 바람에 각 신문과 방송사들은 출입기자를 양쪽으로 나눠 보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기자수가 적은 언론사는 두 기관 중 한곳만 택해 기자를 보낼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돼버렸다. 한 기자가 양쪽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불편함도 초래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헤게모니 잡기에 나선 상태다. 그러니 출입기자를 한사람이라도 더 자기편에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의 출입기자 유치작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수시로 원장 사랑방 타임을 갖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기자단과 접촉하는 횟수를 늘리고 있다. 최근 열린 오찬 간담회도 그중 하나다.
 
▲ 올해 초 '2012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왼쪽)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부원장들도 기자단과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석부원장을 포함, 3명의 부원장에겐 숙제가 떨어졌다. 3명이 1주일에 1건씩 보도 자료를 돌아가며 내도록 하고 있다. 3주에 한번꼴로 보도자료를 생산해 내야 하는 것이다.
 
모피아 출신인 수석부원장의 어깨는 더 무겁다. 지난 10월30일엔 기자실에 내려와 간식타임을 갖는 등 기자단과 수시접촉에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못지 않다. 교통카드 서비스 등 출입기자들의 편의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또한 높은 지명도를 이용해 기자들과의 접촉 빈도를 높여가고 있다.
 
큰 집과 작은 집 관계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어쩌다 이런 경쟁까지 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자신들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국민 알권리 충족을 위해서도 기자들과의 접촉을 늘리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도 최근의 기자단 끌어안기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들의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기관이 단지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밥그릇 싸움에서 더 많은 걸 얻어내기 위해 기자단 유치에 혈안이 되었다면 제발 좀 그만 둬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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